결심이 습관이 되도록

- 닭가슴살을 먹으며

by hanxs

나는 무엇이든 티 안 나게 하는 스타일이다. 뭐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알아주기를 바라는 편이다. 대 놓고 하는 일은 부끄럽다. 굳이 뭐 동네방네 알리면서 유난 떠는 거 같아 조용히 한다.

운동에서도 이런 성향이 그대로 나타난다. 예전에 헬스 다니거나 필라테스를 다닌 적이 있긴 한데 자발적이라기보다는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거 놓치기 아까워서 다녔었다. 요즘 집에서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자꾸 늘어나는 나잇살과 피곤함에 운동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택지에 오르 건 달리기, 요가, 필라테스, 수영이 있었는데 결국 집에서 할 수 있는 '팔굽혀펴기'로 낙점했다. 유튜브에서나 웹사이트에 운동법이 소위 널렸고 옷의 핏감을 위해서 선택했다.

운동은 장비빨인데 딱히 준비할 도구도 거의 없다. 장갑과 푸시업바를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푸시업은 그냥 하면 되는 운동인데 장비까지 산 대는 이유가 있다. 손목이 좀 아프고 효과를 보고 싶은 부위에 대한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색해서 찾아낸 신박한 제품이다. ㄷ 자 모양의 손잡이가 있고 바둑판처럼 접을 수 있게 만들어진 플라스틱판에는 ㄷ자 손잡이를 끼울 수 있는 구멍이 가로 세로로 뚫려있다. 세 개의 구멍을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녹색, 핑크색, 빨간색으로 연결된다. 녹색은 '가슴', 핑크색은 '등', 빨간색은 '삼두'에 자극을 주어 효과를 낸다. 심플하고 직관적인 방식을 찾는 나를 위한 제품이다. 녹색에 손잡이를 끼우고 운동하면 금세 가슴이 뿜 뿜 나오는 느낌이다.


며칠 하다 말겠거니 했던 의혹의 눈길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 달을 지속했다. 그러다 욕심이 생겨서 먹는 것에도 눈길을 돌렸다. 근육을 위해 '닭가슴살'을 선택하기 이르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보자며 찾아보는데 이렇게나 많은 닭가슴살이 있었나 싶게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수 십 가지의 제품 중 선택은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가름했다. 요즘 제품 다 잘 나오고 일단은 시작이 우선이지라는 생각으로 일단 주문해서 먹고 안 맞으면 다른 걸 선택하자고 생각했다.


지금 그 '닭가슴살'의 반은 나의 근육을 위해 소비되고 나머지 반은 냉동실에 겹겹이 포개져 있다. 결심이 지속 되지 않고 쓰러진 잔해처럼 남았다. 작심 3일보다는 멀리 왔지만 습관으로 자리 잡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의지를 모으고 있다. 운동으로 전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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