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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토피아 Mar 02. 2020

신혼여행 정하기

 남태평양 크루즈 타고 떠나기

신. 혼. 여. 행.

말만 들어도 설레고 즐거운 여행 아닐까?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결혼은 안 해도 신혼여행은 가고 싶다고들 한다.

나도 결혼 준비를 하다가 지칠 때면 결혼식 끝나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그 해방감을 상상하며 힘을 내고는 하였다.


신혼여행은 크게 관광형과 휴양형으로 나뉜다.


관광형은 일정을 꽉 채워서 많이 보고 정말 여행을 다니는 타입이다.

주로 유럽 같이 관광지가 많은 곳은 관광형으로 신혼여행을 간다.

휴양형은 섬이나 해변 근처에서 일정을 많이 잡지 않고 쉬면서 휴식을 취하는 형태의 여행이다.

사실 이것저것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처음에는 신혼여행을 관광형으로 하고 싶었다.


"오빠, 우리 다른 때는 가보기 어려운 남미 같은 곳을 신혼여행으로 가보면 어떨까?"


"내가 힘들다고 투덜 더린 것을 감당할 자신 있겠어?"


그렇다. 오빠는 나와는 성향이 반대인 휴양형 여행을 선호하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둘이 같이 여행을 가면 나는 일정을 빼곡하게 짜고 오빠는 힘들다고 투덜거리다가 싸우는 것을 반복하곤 하였다.

그런 싸움을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결혼식 끝나면 많이 지친다는 경험담을 듣고 나서 신혼여행은 휴양형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신혼여행지는 사실 다양하지는 않은 것 같다.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주로 하와이, 몰디브, 칸쿤, 유럽 정도로 여행을 갔었다.

그러나 나는 항상


'신혼여행은 그나마 눈치 안 보고 오래갈 수 있는 여행이니 평소에는 가기 어려운 곳을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유학을 했을 때 오빠가 미국으로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둘이 같이 마이애미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3박 4일간 타고 바하마를 경유했다가 온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섬의 풍경과 에메랄드 빛 캐리비안 바다색, 매일 공연과 파티가 열리고 맛있는 음식이 끊이지 않는 크루즈에서의 기억이 매우 좋게 남아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기회가 된다면 크루즈를 다시 타고 싶다고 얘기하곤 했었다.


크루즈는 캐리비안/남태평양 주변 섬이나 지중해를 통해서 유럽의 나라들을 도는 일정이 유명한다.

우리는 캐리비안은 이미 가봤었고 유럽 쪽은 육로로 여행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해서 남태평양 크루즈를 알아보기로 했다.

남태평양 크루즈는 주로 호주에서 출발해서 뉴칼레도니아, 바누아투, 피지섬 같은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을 도는 일정이었다.

나는


"남태평양 크루즈를 선택하면 호주도 가보고 남태평양 섬나라도 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


라고 오빠에게 말했고, 오빠도


"오. 나 호주 안 가봐서 가보고 싶었는데 잘 됐네."


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혼여행을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하는 커플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여행은 내가 직접 알아보면서 일정을 짜는 것이 더 저렴하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직접 손품을 팔아서 남태평양 크루즈에 대해 폭풍 검색을 시작하였다.

구글에서 남태평양 크루즈를 검색하면 비행기 통합 예약 사이트인 '스카이 스캐너'처럼 여러 크루즈 일정을 한 번에 검색해 볼 수 있는 통합 검색 사이트들이 몇 개 나온다.

검색을 해보니 남태평양 크루즈는 섬을 몇 군데 제대로 보려면 최소 10일 정도는 소요가 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우리는 신혼여행기간을 2주 정도로 잡았기 때문에 10일짜리 크루즈를 타기로 결정하였다.

다음으로는 크루즈 출발 날짜가 중요했다.

우리는 19일 날 결혼식을 하고 난 다음날인 20일 날 비행기를 타고 호주 시드니로 가서 적어도 21일 날 크루즈를 타야 2주 안에 10일짜리 크루즈를 탈 수 있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크루즈는 일정 인원이 모여야 출발하기 때문에 출항 일정이 매일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크루즈도 10일에 한 번씩 호주 시드니로 들어와서 출항을 한다.

그래서 크루즈 출발 일정이 맞지 않으면 크루즈를 타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온다.

그런데 첫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21일 날 시드니에서 출발하는 크루즈가 없었다.

그 사이트에서는 가장 빨리 크루즈를 탈 수 있는 날이 26일이었다.


'헛. 26일이면 크루즈는 못 타겠는데. 이럴 수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스러웠다.


'그래도 21일 날 출발하는 크루즈가 전 세계에 하나쯤은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다른 사이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사이트마다 보유하고 있는 크루즈 일정이 조금씩 달랐다.


그렇게 5개 정도의 사이트를 뒤지다 보니 21일 날 호주 시드니에서 출발하는 10일짜리 남태평양 크루즈를 발견했다.

(적어도 내가 찾기에는) 정말 전 세계에 단 하나 있는 일정이었다.


드디어 찾은 크루즈!!

크루즈의 항해 코스는 시드니에서 출발해서 바다에서 3일간 항해를 하다가 바누아투 섬 1군데, 뉴칼레도니아 섬 3군데를 둘러보고 다시 2일간 항해를 하면서 돌아오는 코스였다.

생각보다 바다에서 보내는 일정이 많은 점이 아쉬웠으나 다른 선택권도 없었다.

그리고 바다 위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둥둥 떠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선택한 남태평양 크루즈 코스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는 몰디브의 고급 호텔이 1박에 200만 원 정도 하는 것에 비하면 크루즈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10일 일정에 매일 코스요리와 뷔페, 공연, 워터 슬라이드 등을 전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가장 저렴한 방이 인당 100만 원이었고, 스위트룸이 200만 원 정도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루즈 여행을 간다고 하면


"크루즈 멋지다! 근데 비싸지 않아?"


라는 반응을 보이는데, 이때 가격을 알려주면


"오. 생각보다 싸고 괜찮네?"


라는 반응을 보이곤 하였다.

우리 일정에 맞는 크루즈를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크루즈가 금방 매진이 되면 어쩌지?, 우리 일정에 맞는 크루즈는 이 크루즈 밖에 없는데'


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비행기 시간이 엇갈려도 문제네. 크루즈 출발시간이랑 비행기 도착시간이 다르면 큰일이야.'


라는 걱정도 들어서 또 비행기도 급하게 검색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20일 날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면 21일 날 새벽 6시에 도착하게 되고, 크루즈는 21일 날 오후 2시에 출발해서 비행기 도착시간과 크루즈 출발 시간은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빠르게 비행기와 크루즈를 예약하게 되었다.

크루즈는 다행히 바로 전액을 입금하는 것이 아니라 10% 정도의 보증금을 내고 8월 전까지만 나머지 잔금을 치르면 되는 형식이라서 부담이 적었다.

비행기도


'신혼여행인데 비즈니스석을 지를까? 비즈니스석 언제 타보겠어.'


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인천에서 호주까지 가는 비행기가 이코노미는 100만 원 정도, 비즈니스는 200만 원 정도였다.

비즈니스석이 크루즈 10일 치 가격이랑 같아서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하고 이코노미로 예약을 하였다.

그래서 총예산은 크루즈 스위트룸 2인 400만 원, 비행기 이코노미 2인 200만 원 해서 600만 원 정도 들었다.

이 외에 호주에서의 숙박비와 투어비도 추가가 되겠지만 그것은 나중에 천천히 예약을 하기로 하였다.

예약을 다 하고 나니 신혼여행에 대한 설렘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결혼식이 다 끝나고 떠날 때 그 해방감은 얼마나 클까?'


'남태평양의 바다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라는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너무 급하게 신혼여행을 예약한 것이 아닌가?'


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보니, 둘이 함께 싸우지도 않고 즐겁게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웠던 남태평양섬, Mare


 남태평양의 바다와 크루즈선




신혼여행 예약, 막상 해보고 나니


1. 신혼여행지를 고르기 전에 우리 커플이 관광형/휴양형 여행 중에 어느 여행을 선호하는지 고르고 여행지를 선택하면 여행지를 고르기 수월해요.


2.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가는 신혼여행지도 좋지만 우리 커플만의 신혼여행지를 찾아보고 특별한 신혼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추천해요.


3. 신혼여행 같은 여행 정보는 손품을 많이 팔고 정보를 많이 모을수록 더욱 저렴하고 좋은 곳을 찾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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