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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토피아 Apr 06. 2020

웨딩 다이어트 이야기

 벼락치기 다이어트 하기

 결혼식을 준비하는 내내 나를 괴롭혔던 것은 바로  '다. 이. 어. 트'였다.


다이어트는 결혼식 날짜를 잡기 시작한 1월부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의욕이 충만해서


'식이조절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지!'


라는 다짐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다짐은 번번이 실패했던 것 같다.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1월에서 7월까지는 석사 졸업을 위한 졸업논문을 써야 되는 스트레스가 컸다.

직장생활과 병행하면서 퇴근 후에 논문을 써야 되는 상황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타입이고, 배가 고프면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저녁을 굶어야지!'


라고 결심을 했지만 너무 배가 고팠다.

그래서 그 뒤에는


'우무를 저녁 대신 먹고 포만감을 느껴보자!'


라고 다짐하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물컹물컹한 식감과 약간 역한 맛이 나는 우무를 그래도 허기진 배를 달랜다고 먹고 있다 보면


'우무를 먹고 있으면 분명 무엇인가 열심히 먹었는데 배가 약간 부른 것 같은데. 왜 또 배가 고프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뒤에 다른 먹을 것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결국 논문 스트레스가 폭발한 시점에는 맛있는 저녁이라도 먹자라고 생각하고 다이어트는 잠시 미뤄두기로 하였다.

논문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무렵, 나는 이웃에 사는 친구와 운동을 함께 다니기로 결심했다.

이웃 친구도 비슷한 시기에 결혼식을 해서 살을 빼려는 의욕이 충만한 상태였다.


"필라테스는 몸매 교정에 좋고, 유산소 운동으로 살도 빼면 좋을 것 같아.'


그래서 우리는 야심 차게 필라테스와 스피닝, 헬스를 같이 등록했다.

필라테스는 주 2회를 다니기로 하였다.

그리고 유산소 운동을 위해서  헬스장도 따로 등록해서 스피닝 수업도 신청하였다.

우리의 야심 찬 계획은 지키기 어려웠다.

그나마 가격이 비싼 필라테스는 꼬박꼬박 갔지만 헬스장은 약속이 있거나 해서 미뤄지기 일쑤였다.

결국 헬스장, 특히 스피닝은 몇 번 가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운동도 식단 조절도 성공하지 못한 채 어느덧 8월이 다가왔다

결혼식이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체중은  별로 빠지지 않았다.

심지어 청첩장 돌리기를 하면서 계속 외식을 하게 돼서 중간에 약간 빠졌던 살도 다시 돌아오는 듯하였다.

점점 결혼식은 다가오는데 살은 안 빠지고 마음이 초조해졌다.

특히 스튜디오 사진이나 웨딩 스냅사진은 포토샵으로 보정이 되지만 결혼식날 내 모습은 하객들 앞에서 보정이 되지 않는다.

 이유로 다이어트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나에게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게 해 준 것은 바로 버터 커피였다.

버터 커피를 마시면 배고픔이 안 느껴진다는 광고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버터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설마 이거 마시고 진짜 배가 안 고플까?'


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곧


'어, 진짜 배가 안 고프네? 신기하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청첩장 돌리기가 끝나고 결혼식까지 남은 2주 동안 독하게 점심만 일반식을 먹고 아침저녁은 버터 커피만 먹었다.

그리고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였다.

그랬더니 주변에서 살이 많이 빠졌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사실 나는 시험공부도 몰아서 하는 벼락치기가 강했다.

그래서


'다이어트도 벼락치기가 나에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벼락치기로 다이어트를 했지만 나에게 다이어트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 TOP3 중에서 1순위에 해당하는 가장 힘들었던 일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지인은 나에게 결혼식이 곳인데 살이 안 빠졌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지인 나에게


"그동안 지켜봤을 때 살이 안 빠져서 걱정했는데 이제 와서 살을 빼는 군."


이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마치 사람들이 내가 살을 빼나 안 빼나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자기가 내가 살 빼는데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왜 저렇게 날 평가하지? 단지 내가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에 신랑은 살 빼는 것에 대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왜 신부만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살을 빼야 되는 거지?'


우리나라는 유독 결혼식날 신부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름답고 날씬한 신부가 되고 싶고, 되면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누구에게도 신부의 외모에 대해 평가할 권리는 없다.

심지어 어떤 신부는 날씬하다는 기준에서 다소 벗어났다고


"신부가 너무 뚱뚱하네. 혹시 임신한 것 아냐?"


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 신부가 날씬하지 않다는 이유로 하객들이 그런 얘기까지 한다니... 내 결혼식날 나도 저렇게 평가를 당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결혼식을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그런  특정 기준을 벗어났다고 해서 다이어트에 실패한 실패한 신부라고 생각되는 것도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벼락치기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조금 빼긴 했지만 여전히 날씬과는 거리가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 나를 다이어트에 실패했네 성공했네 등등으로  평가하면 정말 기분이 나쁠 것 같았다.

다이어트는 결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대부분 신부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들에게 굴레를 씌우고 평가를 당해야 된다는 현실이 다소 씁쓸하였다.


결혼 전 다이어트, 막상 해보고 나니


1. 결혼 직전 2주 동안 벼락치기 다이어트로도 큰 효과를  수 있어요. 포기하지 마시길 바라요.


2. 결혼식 전 다이어트는 필수가 아닌 선택입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것이 좋아요.


3. 예비 신부 또는 결혼식날 신부에게 살을 뺐니, 쪘니 등 외모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행동입니다. 신부라고 해서 외모 평가를 당해야 되는 이유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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