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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토피아 Jun 21. 2020

결혼식이 시작되다

드디어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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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카를 타고 예식장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홀 까지 올라갔다.

식 시작은 3시인데 2시 조금 안돼서 홀에 도착한 것 같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유리로 된 홀 천장을 통해서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이 보였고 태양광이 가득 들어와서 밝고 화사한 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내가 선택하였던 피치 계열의 몽글몽글한 꽃들이 버진로드를 장식하고 싱그러운 꽃향기가 홀 내에 가득 차 있었다.

다시 한번

 

 '빌라드 지디 르씨엘 홀은 정말 예쁘구나. 그리고 내가 이렇게 예쁜 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었다.  

그리고 홀 에는 이미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하객들이 와계셨다.

빌라드 지디 수서점은 양가 부모님과 가족들과의 사진을 식전에 미리 찍는다.

그래서 우리도 도착하자마자 가족사진을 먼저 찍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5층 홀은 로비가 없어서 하객들이 홀 안에 서있는데 사진을 먼저 찍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하객들과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사진을 찍어야 되니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였다.  

식전에 가족사진을 찍으면 식 후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약간의 불편함이 있는 것 같다.

사진을 찍고 나서 폰을 확인해보니 오늘 축사를 해주기로 한 친구가 일이 생겨 조금 늦을 수 도 있다고 연락을 했다.

그래서 급하게 예식장 측과 연락을 해서 친구 축사는 2부에 넣기로 하였다.

1부에 친구가 축사를 못해줘서 아쉽긴 하였지만 2부 시작 전까지는 올 수 있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사진을 찍고 홀을 둘러보니 치즈 박스 스태프들이 치즈 박스를 설치하고 있었다.

신랑 신부가 가장 먼저 치즈 박스를 찍어 보라고 해서 우리도 치즈 박스를 찍게 되었다.

부모님도 찍고 나서 재미있으시다고 칭찬하셨다.

우리가 찍고 나서 먼저 도착한 하객 분들이 삼삼오오 '치즈 박스'에서 사진을 찍고 포토 방명록을 작성해 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역시 치즈 박스를 하길 잘했어'


라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치즈 박스를 찍고 신부대기실로 올라갔다.

신부대기실은 2층에 위치하는데 드레스와 웨딩슈즈를 신고 계단을 올라가려니 쉽지 않았다.

결혼식이 시작되면 이 계단을 내려오면서 신부 입장을 해야 되는데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신부대기실은 보랏빛 꽃으로 꾸며져 있었고 벨벳 천의 회색 소파 위에 금색의 샹들리에가 놓여있어서 고급스러우면서도 아기자기 한 느낌이 들었다.  

홀 투어를 할 때는 그렇게 좁은지 몰랐는데 여러 명이 올라와 있으니 다소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신랑 신부가 같이 신부대기실에서 사진을 찍고 신랑은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러 내려갔다.

신부 대기실에서 30분 정도 대기를 하는데


'대기를 하면서 심심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하였는데 관한 기우였다.

생각보다 많은 하객들이 신부 대기실에 같이 사진을 찍으러 오셔서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친한 친구들도 와주었고 부모님의 지인, 직장 동료들 많은 사람들이 와주어서 감사하였다.   

식이 거의 시작되기 직전에 오셔서 사진을 같이 찍지 못하고 돌아가는 하객들도 있어서 아쉬웠다.

드디어 식이 시작되고 양가 부모님의 화촉 점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대기실 위에 올라가서 내려갈 준비를 하느라 양가 부모님께서 화촉 점화를 하는 모습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신랑 입장을 하고 나서, 어느새 신부 입장의 순서가 되었다.

신부 입장을 할 때 신부대기실에서 계단을 내려가야 되기 때문에


'지금 내려가다가 넘어지면 평생 두고두고 이불 킥을 할 수 있어!! 절대 넘어지면 안 돼!!!'


를 속으로 외치면서 매우 조심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계단을 내려갔다.

사진 기사분이 내려가면서 그냥 계단만 보면 안 되고, 내려가면서 하객들 쪽도 바라보면서 내려가야 된다고 해서 하객들을 바라보니 다들 내가 내려오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 계단을 내려갈 때만 해도 크게 긴장이 안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점점 더 긴장이 되면서 심장이 두근두근 터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계단을 내려오고 나니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있었다.

계단에서 조심조심 신부 입장 중

그리고 버진로드 입구에서부터 아버지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버지도 첫째 딸의 결혼식이니 많이 긴장을 하셨나 보다.

처음에 내 드레스를 밟고 살짝 비틀하셨다.

넘어지실 까 봐 걱정을 하였는데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으셨지만 매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셨다.

안 그래도 짧은 버진로드인데 성큼성큼 걸어가시니 순식간에 단상 앞으로 도착한 것 같다.

그렇게 초스피드로 신부 입장을 하고 나서 신랑과 손을 잡고 단상 앞에 서서 '신랑-신부 맞절'을 하면서 서로에게 결혼반지를 끼워주었다.

그리고 '결혼 서약서'를 읽었다.

오빠와 내가 번갈아 가면서 신랑-신부 파트에 맞추어서 서약서를 읽었고 서약서 낭독은 둘이 몇 번 연습을 했었기에 무난히 읽을 수 있었다.

결혼 서약서를 결혼식장에서 읽어 내려가니


'이제 진짜 결혼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시아버님께서 '성혼 선언문'을 낭독해 주셨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결혼을 선언합니다.'


라고 하시는 순간 어디 선가 전투기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하객들이 술렁술렁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헉, 뭐지? 전쟁이라도 난 건가? 도망가야 되는 거 아니야? 어떡하지? '


라고 생각을 하면서 하늘을 보았다.

하늘을 본 순간, 예식장의 유리 천장으로 비친 하늘에서는 에어쇼가 벌어지고 있었다.

5대의 전투기가 날아가면서 오색의 무지갯빛 구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무지갯빛 구름이 섞이면서 마치 솜사탕과 같은 분홍빛 구름을 만들어냈다.

결혼식 중에 에어쇼를 보다니, 마치 우리의 결혼식을 축하해 주러 온 것 같았다.


'정말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쇼 전투기가 날아가는 모습


에어쇼 전투기가 지나가고 생긴 분홍빛 솜사탕 구름

우리의 결혼식 날과 2년에 한 번 성남 비행장에서 열리는 에어쇼 날이 겹치게 된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에어쇼가 열릴지는 생각도 못한 일이었는데 마침 예식장이 성남 비행장 근처에 있었고 하늘이 보이는 유리 천장을 가진 홀이어서 결혼식 중간에 에어쇼를 보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이다.


그동안 예식장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었는데 예식장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날 에어쇼'라는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잊지 못할 성혼 선언문 낭독이 끝나고 친정어머니께서 덕담을 해주셨다.

덕담이 생각보다 감동적이어서 순간 눈물이 왈칵 날 뻔하였다.

그러나 결혼을 했던 주위 친구들이 울면 눈물에 메이크업이 엉망이 된다고 눈물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다행히 눈물이 나려고 하면 야한 생각을 하라는 친구들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 덕분에(?) 눈물을 참을 수 있었다.

친정어머님의 덕담을 듣고 있는 중

그리고 오빠 친구분의 축가가 시작되었다.

친구분 께서 생각보다 노래를 너무 잘 불러주셔서 감사하였다.

축가가 끝나고 신랑 신부 행진을 하였다.

버진로드 끝에 서서 신랑-신부 입맞춤을 하는 동안 친구들이 빨간 꽃잎을 뿌려주면서 축하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친지분들과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친구들과도 사진 촬영을 하였다.

다음 달에 결혼을 하는 친구에게 부케를 던져주었는데 내가 너무 '휙~' 던져 주었는지 나중에 사진을 보니 친구가 힘겹게 받는 장면이 찍혔다.

친구들과 사진 촬영도 마치고 2부를 하기 위해 3층의 탈의실로 내려갔다.

탈의실에서 2부 드레스로 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1층에서 진행되는 예식의 2부는 대관 시간이 5층보다 30분 정도 짧아서 빠르게 진행되어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서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은 홀 벽에 거대한 스크린이 있고 그 스크린이 문처럼 열리는 장치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스크린에서 우리가 만든 웨딩 영상을 틀고 나서, 영상이 끝나면 스크린이 열려서 우리가 '짜잔~' 하고 나타나게 되었다.

그런데 스크린 뒤쪽은 웨딩홀 밖이어서 우리는 웨딩홀 밖 스크린 뒤에서  '짜잔~'을 위해 대기하고 있어야 됐었다.

영상이 끝나는 소리가 끝나고 스크린이 열리고 신랑, 신부가 '짜잔~' 하고 나타나게 되었다.

하객들이 문 뒤에서 신랑 신부가 등장하니 다들 놀라는 것 같았다.

2부 때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축가를 불러 주었다.

정성껏 만든 영상에 열심히 노래를 준비해서 불러주어서 정말 감동적이었다.

2부 예식 때 친구들의 축가를 듣고 있다.

그리고 30년 지기 친구의 축사도 정말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치즈 박스로 만들어진 포토 방명록 이벤트를 하였다.

하객 3명을 포토 방명록을 열어서 무작위로 뽑아서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였다.

'혹시 2부 예식에 참석을 안 한 사람이 뽑히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3명 다 2부 예식에 참석한 사람들만 뽑혔다.

특히 3명 중 한 명이 사회자를 해주신 오빠 친구분이어서

"혹시 짜고 친 거 아냐?"

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하였는데, 정말 랜덤으로 뽑혀서 신기하였다.

그렇게 2부 예식까지 다 끝내고 예식장에서 생화 장식을 꽃다발로 만들어서 하객들이 가져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생화 꽃다발은 순식간에 동이 났는데 2부 예식을 하고 친구들이 꽃다발을 받으러 오면서 친구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즐겁게 얘기도 나눌 수 있었다.

무사히 결혼식을 마치고 식당으로 들어가니 어느새 대부분 하객들은 식사를 마치고 간 상태였다.

결혼식 중에는 긴장을 해서 그런지 배가 고픈지도 몰랐는데 식이 끝나고 나니 급 피로와 배고픔이 몰려왔다.

다행히 예식장 측에서 혼주석에 음식을 따로 준비해두어서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배가 부르고 나니


'드디어 무사히 결혼식을 치렀다!'


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무 사고 없이,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에어쇼를 볼 수 있었고  많은 하객들이 축하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하루였다.

그리고 나의 결혼식이었지만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노력이 빛났던


 멋진 결혼식이었다.



결혼식, 막상 해보고 나니 


1. 신부 입장을 할 때 긴장을 하면 너무 빠르게 걸을 수     있어요.  아버님과 미리 예행연습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2. 결혼식 중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야한 생각을 하면 정말 눈물이 쏙 들어가는 효과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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