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개의 얼굴, 호랑이의 줄무늬, 그리고 캥거루의 주머니를 모두 가진 동물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마치 여러 동물을 합쳐 놓은 듯한 이 신비로운 동물은 이야기 속이 아닌, 실제로 지구 위를 걸어 다녔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타스마니아 호랑이, 학명으로는 틸라신(Thylacinus cynocephalus, '주머니 달린 개머리 늑대'라는 뜻)입니다. '호랑이'라는 별명 때문에 사나운 고양이과 동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틸라신은 늑대나 개와 비슷한 골격에 유대류(캥거루처럼 아기 주머니가 있는 동물)의 특징을 가진,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생김새를 가진 존재였습니다. 근대에 살았던 육식 유대류 중 가장 큰 동물이기도 했죠.
틸라신은 한때 호주 대륙과 타스마니아섬의 숲과 황야를 지배하던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였습니다. 해가 지고 서늘한 어둠이 내리면, 틸라신은 홀로 또는 짝을 지어 끈기 있게 사냥감을 추적했습니다. 뻣뻣한 꼬리로 균형을 잡으며 독특한 걸음걸이로 나아가는 틸라신은 왈라비(작은 캥거루)나 작은 포유류, 새들을 사냥하며 생태계의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파수꾼이었습니다. 특정 동물의 수가 너무 많아져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는, 보이지 않는 조절자였던 셈입니다. 특히 거의 180도까지 벌어지는 거대한 입은 먹이를 확실하게 제압하는 틸라신만의 놀라운 무기였습니다. 수천 년 동안 틸라신은 태즈매니아의 원시림 속에서 그들만의 왕국을 이루며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아왔습니다. 등의 독특한 줄무늬는 빽빽한 숲속에서 몸을 숨겨주는 완벽한 보호색이 되었고, 암컷의 배에 달린 아기 주머니는 갓 태어난 연약한 새끼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고 키워내는 따뜻하고 안전한 요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신비로운 동물이 누리던 오랜 평화는, 머나먼 바다를 건너온 새로운 손님의 등장과 함께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습니다.
1800년대, 유럽인들은 배를 타고 타스마니아섬에 도착해 양을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낯선 땅을 '개척'하고 자신들의 재산을 불리는 데에만 몰두했습니다. 드넓은 초원에 양 떼를 풀어놓고 목축업을 시작한 그들에게, 밤의 포식자 틸라신은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양이 한 마리씩 사라질 때마다 사람들은 주저 없이 틸라신을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등에 줄무늬가 있는 저 흉측한 녀석이 내 소중한 양을 훔쳐 갔어!"
물론 배고픈 틸라신이 양을 공격하는 일도 있었겠지만, 후대의 연구에 따르면 틸라신의 턱 구조는 양처럼 큰 동물을 사냥하기에는 비교적 약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양은 질병이나 험한 환경, 또는 당시 함께 유입된 야생 들개 때문에 죽었을 가능성이 컸죠. 하지만 겁에 질린 사람들의 귀에는 진실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틸라신은 그저 자신들의 재산을 위협하는 사악하고 '해로운 동물'로 낙인찍혔습니다. 결국 타스마니아 정부는 틸라신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현상금까지 내걸었습니다. 틸라신 한 마리의 가죽을 가져오면 성인에게는 1파운드, 아이에게는 10실링을 주었습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에, 농부와 사냥꾼들은 너도나도 총을 들고 숲으로 향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사냥이 아닌, 하나의 종을 말살하기 위한 조직적인 학살이었습니다. 덫과 총알, 독극물 앞에서 틸라신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갔습니다. 생태계의 균형을 잡던 파수꾼은 순식간에 현상금 종이와 맞바꿀 수 있는 사냥감이 되어버렸고, 그 많던 틸라신은 불과 수십 년 만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너무 늦게서야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현상금 제도는 폐지되었고, 1936년 7월에는 틸라신을 법적 보호종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야생에서는 더 이상 틸라신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법이 통과된 지 불과 59일 후인 1936년 9월 7일, 인류는 마지막 틸라신에게 영원히 작별을 고하게 됩니다. 동물원에 살던 마지막 생존동물 '벤자민'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숨을 거둔 것입니다. 낮 동안의 따뜻한 날씨에 사육사가 벤자민을 실내 우리로 들여보내는 것을 잊었고, 갑작스럽게 추워진 밤의 냉기를 견디지 못하고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 총성도, 덫도 아닌 인간의 사소한 무관심이 마지막 남은 생명의 불씨마저 꺼버린, 허무하고 슬픈 마지막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볼 수 있는 틸라신의 살아있는 모습은, 벤자민이 죽기 몇 년 전 촬영된 짧고 흐릿한 흑백 영상이 전부입니다. 영상 속에서 벤자민은 좁은 철창 우리 안을 초조하게 서성이거나, 거대한 턱을 벌려 무기력하게 하품을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 그것은 자신의 왕국을 잃고 낯선 환경에 갇혀버린 한 종의 마지막 절규이자, 미래 없이 과거에 갇혀버린 존재의 깊은 슬픔이 느껴집니다. 이 짧은 기록은 한 생물 종의 전체 역사를 담은 유일한 영상 유산이 되었고, 우리에게 소리 없는 경고를 보냅니다. '멸종은 바로 이런 것이다. 한번 사라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말입니다.
틸라신의 멸종은 단순한 동물 하나의 사라짐이 아닙니다. 이는 인간의 근거 없는 오해와 무분별한 욕심이 얼마나 끔찍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우리는 틸라신을 통해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이 얼마나 쉽게, 그리고 허무하게 사라질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틸라신을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라진 줄무늬의 마지막 그림자는 우리에게 슬픔을 넘어, 현재 우리 곁에 있는 생명들을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