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을 뒤덮은 새들의 그림자가 땅을 스쳐 지나갑니다. 수십억 마리의 새들이 거대한 구름처럼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장관. 한때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너무나 흔해서 그 숫자를 헤아리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새, 바로 여행비둘기 이야기입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여행비둘기는 대자연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존재였습니다. 나무에 앉아 있을 때는 그 무게로 인해 나뭇가지가 부러질 정도였고, 하늘을 날 때면 태양을 가려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거대한 무리를 ‘하늘의 강’이라고 불렀으며, 그들의 날갯짓 소리는 마치 폭풍우처럼 거대한 울림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무리의 비행이 갑자기 멈춘다면 믿으시겠어요? 20세기 초, 여행비둘기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사라졌을까요?
그 주된 원인은 바로 인간의 무분별한 남획과 서식지 파괴 때문이었습니다. 여행비둘기는 먹이로서, 때로는 재미를 위한 사냥의 대상으로 무자비하게 포획되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 엄청난 수 때문에 ‘여행비둘기는 결코 멸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수많은 여행비둘기가 죽어나갔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저 끝없는 자원의 일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자원을 사용하며 결국 모두에게 해가 되는 상황을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고 부르는데, 여행비둘기는 바로 이 비극의 가장 대표적인 희생양이었습니다. 한두 명의 사냥꾼이 아니라, 모두가 이익을 쫓아 남획에 가담하면서 결국 이 지구에서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여행비둘기는 무리 생활을 하는 습성이 있었습니다. 먹이를 찾거나 둥지를 틀 때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이런 습성은 그들에게 생존의 이점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에게는 손쉬운 사냥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여행비둘기 무리가 한 곳에 모여들 때마다 '비둘기 덫'이라 불리는 거대한 그물을 쳐서 한 번에 수천 마리씩 잡았습니다. 심지어 불을 지르거나 독을 뿌리는 끔찍한 방법까지 동원했습니다. 철도와 전화의 발달은 이들의 멸종을 더욱 가속화했습니다. 사냥꾼들은 비둘기 무리의 이동 경로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잡은 비둘기는 얼음이 가득한 기차에 실려 고기가 되어 미국 전역으로 유통되었습니다. 더군다나 그들의 서식지인 넓은 숲은 농경지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베어지고 있었습니다. 숲은 비둘기들에게 단순한 보금자리가 아니라 먹이를 얻고, 번식을 하는 삶의 전부였습니다. 특히, 여행비둘기는 집단으로 번식하는 습성이 있었는데, 숲의 파괴로 인해 거대한 집단 번식지가 사라지자 번식 자체에 실패하는 악순환이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여행비둘기는 갈 곳을 잃고, 함께 살아갈 동료를 잃고, 번식의 기회마저 잃게 되었습니다. 수십 년 만에 수십억 마리의 새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1914년 9월 1일, 마지막 남은 여행비둘기였던 '마사(Martha)'가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한 마리의 죽음은 단순히 동물 한 마리의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 종의 완전한 소멸이었고, 인류에게 전하는 가장 강력한 경고였습니다. "개체수가 많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던 믿음은 산산조각 났고, 사람들은 그때서야 자신들의 무지함과 탐욕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여행비둘기의 멸종은 생태계의 복잡한 균형이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이들은 숲의 씨앗을 널리 퍼뜨리고, 그 배설물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들이 사라지자 숲의 생명력도 함께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사의 죽음 이후, 전 세계는 멸종 위기 동물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행비둘기의 사례를 통해 자연의 균형이 얼마나 연약한지, 그리고 한 종의 멸종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멸종은 한 종의 사라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태계의 복잡한 연결 고리 중 하나가 끊어지는 것이며, 결국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