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다의 온순한 거인, 스텔러바다소

by 주토피아

바다에는 고래와 같이 우리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거대한 몸집의 생명체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스텔러바다소'라는 동물이 있었는데, 덩치가 코끼리보다 훨씬 컸다고 합니다.

육지의 코끼리는 체중이 4,000-5,000kg 정도 인데 스텔라 바다소는 몸무게만 10,000kg 이상 나가며 몸길이도 7.5미터나 됐습니다. 마치 잠수함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며 바닷속을 누볐죠. 그런데 놀랍게도 성격은 매우 순하고 착했습니다. 마치 물속의 소처럼 해초를 뜯어 먹으며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스텔라 바다소의 모형과 뼈표본

스텔러바다소는 북태평양 쿠마도프 제도의 차가운 바다에서 수십만 년 동안 자신들만의 낙원을 만들어 살고 있었습니다. 차갑고 깊은 바다 한가운데 살아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아주 느리게 헤엄쳤고, 위험에 처했을 때도 도망치는 법을 몰랐습니다. 그들에게는 바다가 곧 집이었고, 그 집은 언제나 안전할 거라 믿었을 것입니다.

1741년, 러시아의 탐험가 비투스 베링이 북극 바다를 탐험하다가 배가 고장 나서 한 섬에 갇히게 됐습니다.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가던 그때,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믿기지 않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거대한 생명체들이 무리 지어 해초를 뜯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생명체가 바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스텔러바다소였습니다. 탐험대 중 한 명인 스텔러라는 학자가 이 동물을 관찰하고 기록했는데, 정말 놀라웠다고 합니다. 스텔러바다소는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궁금해하며 다가왔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건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스텔러의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가족을 끔찍이 아꼈습니다. 한 마리가 다치면 다른 바다소들이 옆에 다가와서 지켜주고, 심지어는 죽은 동료의 주위를 며칠 동안이나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로를 보살피고 보호해 주는 모습까지 보였죠. 이런 순하고 착한 바다의 거인에게는 무서운 천적이 없었습니다. 그들을 잡아먹는 동물도 없었죠. 그들에게 유일하게 위험한 존재는 바로 인간이었는데, 스텔러바다소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그들의 따뜻함은 오히려 독이 되어버렸습니다. 탐험가들의 기록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스텔러바다소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바다소의 두꺼운 지방으로 기름을 만들고, 부드럽고 맛있는 고기를 얻으려고 했습니다. 튼튼한 가죽은 배를 만드는 데 쓰기도 했고요. 이들은 사냥꾼들에게 '완벽한 사냥감'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워낙 덩치가 크고 움직임이 느린 데다, 사람을 보면 도망가기는커녕 오히려 호기심에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평화롭고 순진한 본성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 앞에서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습니다.

죽은 스텔라 바다소의 크기를 측정하는 사람들

순한 바다소들은 자신들을 해치려는 사람을 피할 줄 몰랐습니다. 오히려 동료가 잡히면 옆에 다가와서 지키려다 함께 잡히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바다소들의 다정한 마음을 이용하여 일부러 바다소를 다치게 만든 다음 다친 친구를 지키려고 다가온 다른 바다소까지 전부 사냥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죄책감도 없이 너무나 손쉬운 먹이를 얻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스텔라 바다소를 잡아버렸고 결국 스텔러바다소는 발견된 지 불과 27년 만에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믿기지 않죠? 겨우 27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한 종 전체가 사라졌다는 건 정말 슬픈 일입니다. 그들의 멸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한 종의 멸종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비록 바다소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지만, 그들의 슬픈 이야기는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인간의 욕심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 일으킬 것입니다.



keyword
이전 05화멸종의 경고, 여행비둘기의 마지막 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