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북극해의 차가운 바다에는 한때 펭귄을 닮은 신비로운 새가 살고 있었습니다. 깃털은 온몸이 검은색과 흰색으로 깔끔하게 나뉘어 있었고,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은 영락없는 펭귄 같았죠. 하지만 이 새는 남극에 사는 펭귄과는 전혀 다른 새였습니다. 바로 큰바다새(Great Auk)라고 불리는 새였습니다.
흥미롭게도 '펭귄(Penguin)'이라는 이름은 원래 이 큰바다새를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날개가 있었지만 날지 못하는 슬픈 운명을 타고났던 큰바다새는, 그 날개를 물속에서 마치 잠수함의 날개처럼 자유롭게 헤엄치는 데 사용하며 바닷속에서 놀라운 민첩성을 자랑했습니다. 그들은 물속에서 먹이를 사냥하고, 차가운 물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지방층을 가지고 있었죠.
큰바다새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그들의 삶을 위협하는 북극곰이나 다른 육상 포식자들이 그들이 둥지를 트는 외딴 섬까지 오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이 다가와도 겁을 내지 않았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와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큰바다새에게 비극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인간은 큰바다새의 순수하고 겁없는 모습을 이용해 그들을 무자비하게 사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깃털은 당시 유럽에서 유행했던 모자를 장식하는 데 쓰였고, 지방이 풍부한 고기는 낚시 미끼나 연료로 팔려나갔습니다. 큰바다새는 한번에 알을 하나씩밖에 낳지 않았기 때문에, 섬을 방문한 사람들이 알을 밟아 깨뜨리는 것도 그들의 개체 수를 급격하게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무분별한 사냥은 그들을 멸종의 길로 몰아넣었고, 인간의 탐욕은 그들의 평화로운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큰바다새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사람들은 뒤늦게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었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희귀한 가치를 알고는 박물관에 전시할 표본을 얻기 위해 마지막 남은 큰바다새들을 더 집요하게 찾아다녔습니다. 그들의 멸종은 돈을 벌기 위한 욕심과 인간의 무지로 인해 가속화되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한 종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끝없이 존재하는 자원처럼 큰바다새를 대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844년 6월, 아이슬란드의 한 외딴섬에서 알을 품고 있던 마지막 큰바다새 한 쌍이 사냥꾼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알은 깨져버렸고, 지구에는 더 이상 살아있는 큰바다새가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마지막 순간은 큰바다새의 역사가 끝나는 비극적인 종지부였습니다. 그리고 약 8년 후인 1852년, 마지막으로 큰바다새가 목격되었다는 기록을 끝으로 그들은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이 멸종은 단 300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는 전 세계 박물관에 남아있는 큰바다새의 박제 와 알 표본을 통해서만 이 슬픈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큰바다새의 멸종은 한 생명체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얼마나 허무하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픈 교훈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펭귄'이라고 부르는 이름조차 원래는 큰바다새의 것이었다는 사실은 그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더욱 슬프게 만듭니다. '펭귄'이라는 이름이 큰바다새로부터 남극의 펭귄에게 옮겨간 것은, 마치 멸종된 종의 이름을 새로운 종에게 물려준 듯한 슬픈 아이러니를 담고 있습니다.
이제 남극의 펭귄들도 큰바다새와 비슷한 위협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펭귄 종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그 원인은 인간의 활동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가장 큰 위협은 기후 변화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남극의 빙하와 해빙이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펭귄들의 주요 서식지이자 번식지인 얼음 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처럼 얼음 위에서 살아가는 종들은 생존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바다 오염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펭귄의 먹이사슬을 위협하고, 기름 유출 사고는 깃털을 손상시켜 체온 유지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오염된 먹이를 먹은 펭귄들은 병에 걸리거나 죽기도 합니다. 과도한 어업 역시 펭귄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펭귄의 주식인 크릴새우나 작은 물고기들이 인간의 남획으로 줄어들면서 펭귄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더 먼 바다로 이동해야 하고, 이는 에너지를 고갈시켜 번식에 어려움을 줍니다.
큰바다새의 비극적인 역사는 우리에게 이미 한 차례 경고를 주었습니다. 이제 남극의 펭귄들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펭귄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한 종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지구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보존하는 일과 같습니다. 작은 관심과 노력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