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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거대한 털북숭이의 사라진 역사

by 주토피아

아주 먼 옛날, 지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거대한 땅, 매서운 바람이 부는 혹독한 빙하기였죠. 이 거대한 겨울 왕국을 지배했던 동물이 바로 매머드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코끼리의 조상 격인 매머드는 그 어떤 동물보다도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했습니다.


온몸을 뒤덮은 두꺼운 털과 지방층은 영하 수십 도의 추위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고, 최대 4미터까지 길게 휘어진 거대한 어금니는 눈 속에 파묻힌 먹이를 파헤치는 데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매머드 한 마리의 무게는 최대 6톤에 달했으며, 거대한 무리를 이루며 차가운 초원을 자유롭게 누볐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거대한 동물이 아니라, 당시 지구 생태계의 먹이사슬 최정점에 서 있던 진정한 빙하기의 왕이었습니다.

Woolly_mammoth_model_Royal_BC_Museum_in_Victoria.jpg 매머드

매머드가 살던 시대의 초원은 빙하기라 꽁꽁 얼어붙어서 먹을 것이 없을 것 같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광활하고 풍요로운 땅이었습니다. 풀과 식물이 얼어붙은 땅 위에서도 굳건하게 자라났고, 매머드는 이 풍부한 식량을 먹으며 번성했습니다. 매머드는 수십만 년 동안 지구의 주인이었으며, 그들의 거대한 발자국은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 대륙 곳곳에 새겨졌습니다. 매머드가 존재했기에 그 시대의 생태계는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고, 매머드는 빙하기의 혹독한 환경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였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매머드의 시대도 끝을 맞이했습니다. 약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지구의 기온이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후 변화는 매머드에게는 거대한 재앙이었습니다.

매머드의 서식지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얼어붙었던 땅이 녹아내리고, 초원 대신 나무들이 자라나는 숲과 축축한 늪지로 변하면서 매머드는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식탁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것과 같았습니다. 매머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북쪽의 더 추운 지방으로 이동하고, 남은 초원 지대를 찾아 헤맸습니다. 하지만 지구 전체가 따뜻해 지면서 매머드가 도망칠 곳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매머드의 거대한 덩치와 무거운 털은 더워진 기온에 적응하기 어려웠고, 이는 생존에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매머드의 개체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들은 변화하는 지구 앞에서 무력하게 약해져 갔습니다.

매머드의 멸종은 단순히 기후 변화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매머드가 기후 변화로 인해 힘들어하던 바로 그 시기, 또 다른 강력한 존재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우리 인간의 조상인 구석기 시대의 인류였습니다. 당시 인간들은 무리 지어 사냥을 하고, 정교한 창과 도구를 사용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머드는 덩치가 크고 행동이 느려 인간들에게는 아주 좋은 사냥감이었습니다. 매머드 한 마리를 사냥하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몇 달간 먹을 수 있는 풍부한 고기를 얻을 수 있었고, 두꺼운 가죽은 옷과 텐트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으며, 거대한 뼈는 도구와 주거지를 만드는 훌륭한 재료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사냥 기술이 발전하면서 매머드는 점점 더 생존하기 힘들어졌습니다.

mammoth-hunting-encounter-stockcake.jpg 인간에게 사냥당하는 매머드

기후 변화로 인해 매머드가 이미 쇠약해진 상태에서, 인간의 사냥까지 더해지자 매머드는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었습니다. 빙하기를 함께 살아왔던 매머드와 인간은 결국 공존하지 못하고, 인간의 이익을 위한 사냥으로 인해 매머드의 멸종이 가속화되었습니다. 매머드의 마지막 흔적은 북극해의 외딴섬인 '랭겔 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작은 섬에 고립되어 살아가던 마지막 매머드 무리도 결국 약 4,000년 전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최근의 호주 대학의 연구결과 생태 시뮬레이션에서 인간 사냥꾼에 대한 변수를 제거하자 대부분의 매머드는 4000년을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구온난화보다 인간이 매머드의 멸종 과정에 훨씬 많이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매머드의 이야기는 도도새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행동이 한 생명체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씁쓸한 교훈을 남깁니다. 매머드는 수만 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왔고, 결국 기후 변화라는 자연적인 원인과 인간의 사냥이라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멸종했습니다. 도도새의 멸종은 불과 수백 년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매머드의 멸종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된 비극입니다. 이 두 이야기는 멸종이라는 비극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왔는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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