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단 한 마리의 동물이라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냥 혼자 남겨지는 것과는 좀 다른 기분이 들겁니다. 내 가족, 친구, 동료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 혼자만 남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푸른 초원과 울창한 숲이 그대로 있어도, 그곳을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 가족들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슬픈 일이 생겨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울어봐도,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까요? 이 세상에서 나와 똑같은 존재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슬플 것입니다.
한 종의 마지막 개체라는 것은, 마치 그 종의 역사가 나에게서 끝나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사라지면, 그 종은 영원히 지구에서 지워지는 것입니다. 내가 사라진 빈자리는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습니다. 마치 거대한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이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말이죠. 그 책에 담긴 이야기, 지식, 그리고 추억까지 모두 함께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일 겁니다. 마치 나 혼자 우주에 갇힌 기분이 들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바로 멸종의 진짜 의미입니다. 단순히 한 생명이 죽는 것이 아니라, 그 종의 모든 역사가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지구에는 정말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고, 이들은 마치 거대한 퍼즐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먹이사슬을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어 꿀벌이 사라지면, 꿀벌의 도움을 받아 열매를 맺는 식물들도 사라지고, 그 식물을 먹이로 삼는 동물들도 위험해지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 예를 들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너무 많은 나무를 베어내는 것 때문에 이 퍼즐 조각들이 하나둘씩 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코끼리나 호랑이처럼 유명하고 멋진 동물들만 멸종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작은 생명체들, 예를 들어 열대 우림의 작은 개구리나 산호초 속의 미세한 바다 생물들도 조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생태계라는 거대한 건물의 아주 중요한 벽돌 역할을 합니다. 이 벽돌들이 빠지면 어떻게 될까요? 건물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멸종은 단순히 한 동물이 없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 위협받는 문제인 것입니다.
'지켜줄게, 지구의 마지막 친구들'은 바로 그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초원의 멸종 위기 코끼리부터,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고라니까지. 그들의 눈물과 웃음, 그리고 삶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분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 질문들이 바로 이 책의 진짜 시작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모두 지구의 일부라는 것을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우리가 작은 관심과 실천을 보여준다면, 멸종위기 동물들이 '마지막 친구들'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거북의 목을 조르는 것처럼, 우리가 건네는 관심과 사랑이 이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모여 다음 세대에게 더 아름답고 풍요로운 지구를 선물할 수 있길 바라며 ‘지구의 마지막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