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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보노 Jul 21. 2020

나 어릴 때 수원·전북은

'레알 수원' 그리고 '그저 그랬던 전북'

7월 21일 기준 2020 K리그 1 순위표    출처 : 네이버 스포츠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전북 현대 모터스는 K리그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이지만, 현재 처한 상황은 정반대이다.   


현재 K리그 순위표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원 삼성은 까닥하면 꼴찌로 추락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전북 현대는 울산 현대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번 시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북 현대는 2017~2019년 K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수원 삼성은 전북 현대와 달리 중위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두 팀은 15~20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다른 위치에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필자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수원 삼성, 전북 현대는 어땠을까     



     

레알 수원

2015년 수원 삼성은 이적 시장에서 2002년 월드컵 우리나라 4강 주역인 송종국을 영입했다.   출처 : http://ko.bluewings.wikidok.net/wp-d/5b

수원 삼성은 K리그 첫 출범(1983년) 이후 13년이 지난 1995년이 돼서야 창단됐다. 출발이 늦었음에도 수원 삼성은 K리그에서 단번에 ‘우승후보’로 거듭났다.     


어떤 분야에서든 1등을 해야 한다는 삼성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투자로 1990년대 수원 삼성 멤버는 호화 그 자체였다. 이운재, 서정원, 고종수, 샤샤 등이 수원 삼성의 황금기를 이끈 대표적인 선수다.     

호화 멤버를 보유한 수원 삼성은 창단 이후 10년도 되지 않아 K리그 3회 우승(1998, 1999, 2004)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훌륭한 성과에도 수원 삼성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절정은 2005년이었다. 당시 수원 삼성은 2002년 월드컵 우리나라 4강 주역인 김남일과 송종국, 크로아티아 대표팀 출신 마토 등을 영입했다.       


이때 언론에서 수원 삼성을 가리켜 ‘레알 수원’이라고 불렀다. 스페인 명문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가 1990년대 후반부터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호나우도, 데이비드 베컴 등 톱클래스 선수를 싹쓸이한 것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영입 정책에도 수원 삼성은 2005년 K리그에서 9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기대를 받았던 주전 선수들이 연이어 부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은 수원 삼성은 2008년 다시 K리그 왕좌에 올랐다.       


  

  

그저 그랬던 전북      

2005년 당시 전북 현대    출처 :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109&aid=0000012247


전북 현대(1994년)는 수원 삼성보다 1년 먼저 창단됐다. 모체였던 전북 버팔로가 1994년 재정 문제로 해제된 이후, 그 해 현대차 지원 아래 전북 다이노스 축구단으로 재창단됐다.       


애초 현대차는 축구단 후원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1997년 구단 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구단 명칭에도 현대가 들어가게 됐다. 1999년에는 현대차가 독립법인으로 분리해 운영했던 축구단을 사내 조직으로 흡수했다.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음에도 전북 현대는 수원 삼성과 달리 2000년대 초반까지 K리그에서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전북 현대는 2009년이 돼서야 K리그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1990년대 전북 현대는 K리그에서 중위권에 주로 머무는 '그저 그런 팀'에 불과했다. 그저 그런 팀은 2000년대 들어서 몇 번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2001년, 2005년에는 꼴찌 바로 앞인 9위, 12위를 기록했다.(2001년, 2005년 당시 K리그 전체 참가 팀은 각각 10개, 13개였다.)     


상황이 이러니 2005년 전북 현대 관련 기사에는 ‘침몰 직전, 전북의 미래는 어디에’와 같은 부정적 뉘앙스가 많았다.



      

왜 달라졌는가    

2015년 K리그 클래식에서 전북 현대가 우승하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선수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출처 :  http://www.sisajournal.com/new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처지가 완전히 달라진 데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다만 모기업인 삼성과 현대차의 관심도에 따라 순위가 바뀐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원 삼성의 모기업은 원래 삼성전자였다. 하지만 2014년 제일기획으로 바뀐 이후 구단 지원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다. 오죽했으면 올 시즌 중도 사퇴한 이임생 전 수원 감독은 “구단에 진짜 돈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현대차는 전북 현대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실제 리그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유명 선수 영입을 한다. 지난해와 올해 이적 시장에서 각각 문선민, 김보경 등을 잇달아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구단주인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도 축구에 상당히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6년 최강희 당시 전북 현대 감독(현 중국 상하이 선화)에게 중국 구단 러브콜이 있을 때, 정 부회장이 최 감독에게 직접 전화해 이적을 만류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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