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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한이 Mar 16. 2021

오빠의 뇌전증(2)

점점 예민해지는 우리 가족

15년이면 어린아이가 청소년으로 훌쩍 클 시간, 청년이 중년이 될 시간이다. 그렇지?


오빠는 그 15년을 어떻게 지냈어?

15년 전엔 없었던 뇌전증,

그 긴 15년 동안 증상이 점점 심해져 어느샌가 한 달에 2번 정도 발작하느라 많이 힘들겠지.

뇌전증과 함께한 15년, 또래의 대부분 사람들은 건강 걱정은 덜하고 앞으로 무얼 할지 고민할 시기인데 말이야.


15년 동안, 어쩌면 계속 쭉 오빠의 일생을 함께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언제나처럼 오빠가 발작을 시작하면 옆으로 뉘어줄게.

입안에서 혀를 씹어 피가 흐르면 수건으로 닦아줄게.

휘청거리며 걸으면 티셔츠 뒤를 잡고 걸음을 버텨줄게.


솔직히 15년을 이렇게 함께하니 오빠도 힘들겠지만 곁에서 보는 가족도 지친다.


오랜만에 내가 집에 있을 때 오빠가 발작을 했는데,

"오빠가 가는 길에 방해되게 앉아있으면 어떻게 돼!", "밑에 베개를 왜 놔뒀어, 좀 치워!"

바쁜 상황이라 이해하지만 가시가 돋아있는 말들을 오랜만에 들었더니 마음이 바쁜 와중에도 상처가 되더라.


우린 이미 발작할 때 오빠 곁에 있는 서로를 탓하는 게 익숙해졌다.


그래도 보호자보다 힘든 건 당사자라며.

우리는 마치 태풍 속, 다 썩어가는 나무다리 위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걷는 모습과 같다.

서로를 탓하고 있지만 알고 있지.

탓을 해도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어.


그래서 그냥 답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훅하고 밀려 받을 때,

눈물이 나오진 않지만 울고 싶을 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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