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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율 Nov 02. 2022

가을 이야기

초승달, 사진: 한 율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한 해의 감정들을 꺼내 자주 되짚어본다. 나의 2022년은 어떠하였는지 겪었던 일들과 느꺘던 감정들을 빼곡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스스로의 마음들을 돌아보는 일종의 마음 챙기기 과정과도 유사하다.


 감정의 시간과 경험의 시간은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같은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서도 이를 지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어떤 이는 웃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나 다른 이는 슬픔을 느끼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도 같거나 유사한 일들에 대해 조금씩 다르게 반응한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았을 때 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하며 물음표를 띄우거나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스스로 자주 목격하곤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연 속에서도 스스로 달라진 감정상태에 대해 자주 느낄 수 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는 잔잔한 감정의 파동과 형태가 보다 잘 느껴진다.


 이럴 때는 마치 청진기를 통해 심장소리를 듣듯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보다 온전히 들을 수 있다. 그럴 때마다 '현재 나는 이러한 상태구나.' 하며 스스로 상기하고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명상을 할 때와 같이 내적인 평화를 경험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마다 자연 속으로 향한다. 울긋불긋 단풍이 수놓은 총천연색의 가을 산. 단풍이 물들고 간 자리에 남겨진 낙엽들 위로 지나가며 겹겹이 쌓인 생각들을 잠시 내려두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은은히 콧가를 감도는 낙염 내음 사이로 가을이 깊게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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