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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율 Dec 23. 2022

겨울산행

풍경에 걸린 생각들

눈꽃, 사진: 한 율(코레아트)


 이상 그 필요 없는 시간 속에서 세계는 이미  종잡을 수 없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응어리감정은 눈처럼 소리 없이 쌓이고 무도 모르는 사이에 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법이다.


영하 15도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 겹겹이 껴입은 옷들 사이로 날카로운 한기가 이따금씩 서린다. 흰 눈마저 꽁꽁 얼어붙은 겨울 산을 올라가며 아린 감각에 몸이 익숙해지길 기다본다.


겨울 계곡, 사진: 한 율(코레아트)


말로 풀어내기엔 깨지지 않는 시간의 간극이란 눈앞에 펼쳐진 한파와도 같다. 우리가 인하는 순간 시간의 익숙함은 전혀 다른 형태로 낯설게 다가온다.


'벌써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그 뒤꼬리를 물고 다시 떠오르는 다양한 일화나 감정들. 그것들대개 후회로 매듭으며 막을 내린다.


겨울 산, 사진: 한 율(코레아트)


지나간 시간들을 되짚으며 내디딘 발자국. 얼어붙은 눈 바닥은 겉보기와 달리 딱딱하고 미끄러워 평소보다 걸음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한적한 겨울산은 바람소리가 적막을 대체한다. 빈 가지에 나뭇잎 대신 걸린 바람소리, 온통 바람소리뿐이다. 따금씩 자연물들이 내는 희미한 소리를 바람이 고스란히 먹어 치우는 느낌이다.


겨울 노을, 사진: 한 율(코레아트)


정상에 도착할 즈음 겨울 산은 저녁노을을 준비해 두었다. 추울수록 노을은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정상에 다른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순간이다. 그 순간이 되면 귓가를 내내 타고 흐르던 바람소리도 잠잠해진다.


붉게 타오르는 12월의 노을 앞에서 수분 간의 정적. 머릿속의 수많은 생각들이 펼쳐진 풍경과 함께 겹쳐지며 생동한다. 마지막에 남길 감정은 고마움 이어야 할지 미안함이어야 할지 저물어 가는 태양 너머로 올해의 여남은 감정들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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