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와 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 율 Nov 30. 2023

편린

월광 트위스트


날개를 펴기 바랐던 순간들을 역순으로 접어

영원하기를 바라며 고사리손으로 넣어 둔

작은 종이학이 가득 담긴 투명한 유리병

알록달록 여러 색으로 날개를 단 작은 꽃     


꽃이 진 순간을 구태여 기억하지 않듯이

그 누군가의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도

성긴 시간이 휘감고 하나로 엮어나가면

반대편에 선 감정들도 결국엔 같은 덩어리

    

동네가 사라지던 날 창문이 깨진 빌라 앞

무너질 듯 위태롭게 산을 이룬 쓰레기 더미

저무는 주홍빛 햇살이 박혀 있던 유리병

무거운 발걸음이 이루는 땅거미 지는 소리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