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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노래를 떠오르게 하는 풍경 하나

by 한 율
사진: 한 율(Coreart)


무언가를 떠오르게 하는 늦겨울 풍경


봄이 오기 전, 꽃샘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날. 시린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발걸음을 재촉하던 와중, 평소와 다른 하늘을 마주쳤다. 특이한 구름의 형상과 노을이 섞인 늘빛은 무언가를 떠오르게 했다.


지금의 순간은 때론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그날의 겨울 풍경은 특정한 무언가를 상기시켰다. 그것은 바로 자주 들었던 노래였다. 총격으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텐타시온의 곡 'XXXTENTACION - Ice Hotel'


텐타시온의 'Ice Hotel'은 그의 대표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이다. 해당 곡이 수록된 EP 앨범 또한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무료로 공개되었다. 옛날에 그의 전곡을 차례 들었지만, 여러 곡들 중에서 이 곡이 선사한 이미지가 하게 남아있다.



XXXTENTACION Ice Hotel Album Cover

XXXTENTACION -Ice Hotel (Feat. SZA)


노래의 앨범 커버는 얼음성이었다. 수백 번을 들었던 곡. 음악을 들을 때마다 'Ice Hotel', '앨범 커버', '노래'가 정확히 일치된 느낌을 았다 음악을 들어보면 차가운 얼음 호텔 안에서 눈보라를 쐬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 안에 히터나 담요는 없고 창문은 뻥 뚫려 있다. 노래 제목처럼 차갑고 쏴한 느낌을 주는 운드.


음악은 청각적 요소가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어떠한 노래는 시각적 이미지를 함께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한 음악은 기억 속에 오래 존재한다. 'Ice Hotel'은 불완전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명한 이미지를 구현해 냈다. 완벽한 Hi-Fi 스타일과 정반대인 Lo-Fi 음악으로 이러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불완전한 소리들 속에서 빚어낸 완벽한 형태. 그로부터 어언 10여 년 가까이 흘러 청각적 기억은 무의식 속에서 희미하게 침전해 있었다. 어느 늦겨울 날, 노을이 지는 풍경 속에서 불쑥 떠오른 노래 한 곡. 텐타시온의 Ice Hotel을 그날의 풍경과 함께 조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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