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서두를 떼기가 어려운 것처럼 새로운 일의 시작엔 제법 많은 고민을 수반합니다. 브런치북 연재 시작을 마음먹은 뒤, 책의 제목부터 지금 읽고 계신 첫 게시글까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진행이 늦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 멈춰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습니다. 머릿속에는 '멈춘 시작'이라는 단어가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불현듯, 지난겨울 인천 영종도에서 찍었던 사진 한 장이 떠올랐습니다.
썰물 시간대, 바닷가를 걷다가 발견한 작은 배. 바닥을 드러낸 갯벌 한가운데 우두커니 정박한 배. 낚싯배는 줄에 묶인 채 멈춰서 있었습니다. 넓은 갯벌을 거닐며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을 법한 풍경.
하지만, 그날은 유독 작은 배에 눈길이 갔습니다. 물이 빠진 갯벌 한복판, 낡은 어선이 풍기는 삭막함이 바다내음처럼 진하게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배를 골몰히 들여다봅니다.
푹푹 빠지는 갯벌의 진흙 위에 멈춰 선 배 한 척. 줄에 묶인 채 고정되어 미동도 없는 배. 오래된 어선을 둘러싼 진흙뻘. 마치 늪지대에 빠진 듯 작은 배는 점차 갯벌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습니다.
사진의 후경에는 갯벌을 가로지르는 21km의 인천대교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넓은 바다를 닫는 듯한 교량. 구름이 낀 날씨와 인적이 드문 한겨울의 바닷가. 멈춰 선 풍경을 구성하기엔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멈춘 시작'을 표현하기에도 제격인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박한 배를 볼 때 떠오르는 배의 이미지는 정적인 이미지로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배'라는 이미지는 결국 바다 위를 항해하는 동적인 모습으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점차 바닥을 드러낸 갯벌에 물니 차오르고 이내 파도가 넘실거립니다. 새롭게 나아가야 할 때 고민은 행동을 제약하는 닻과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의 닻을 이만 올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