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사진 대회, 공모전을 준비하며 찍었던 사진을 소개한다. 신춘문예, 신인 문학상과 같은 글 대회에 작품을 투고하듯 여러 사진전에 사진들을 출품했던 경험이 있다. 몇몇 대회에서는 세 자릿수가 넘는 투표를 기록하는 듯 좋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그 결과는 입상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번번이 좌절을 경험하였다. 물론 심사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겠지만, 스스로 결과에 납득이 가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한 일들을 수차례 겪고 난 뒤론 사진 공모전 참가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진은 계속 찍고 있다. 다만, 특정한 목적의식보다는 경험한 여러 순간들을 기록하자는 취지로 사진의 방향성이 바뀌었다. 사진 대회를 준비하며 찍은 여러 사진들 중 이 사진을 소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는 이 사진에 대한 애정이다. 비록 대회에서 수상을 하지 못하였지만,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는 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사진 대회 참가를 마음먹고 찍었던 초창기의 사진이기 때문이다. 대회 출품이라는 목적의식을 지녔기에 사진을 보면 그와 관련된 기억들이 또렷하게 되살아난다.
이제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진의 제목은 '잔영'으로 희미하게 남은 그림자나 모습을 뜻한다. 장마가 가신 무더운 여름날, 한참을 걷다 냇가에서 발견한 흰뺨검둥오리들. 두 마리의 오리들 중 한 마리는 깃털을 정리하고 다른 한 마리는 물 위에 앉아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물가에 퍼지는 잔물결. 앉은 오리 주위로 퍼진 원형의 잔물결에 눈길이 갔다. 잔잔한 수면 위의 조용한 울림. 물가의 경계에 있는 자갈밭에 부딪혀 부서지는 자잘한 파형.
사진으로 풍경을 담은 뒤, 머릿속에서 '잔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물가에 퍼지는 잔물결처럼 우리가 경험한 일은 우리의 기억 속에 다양한 형태의 잔상을 남긴다. 일상적인 순간이 남긴 잔물결은 시간이라는 경계에 부딪히며 점차 희미해진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사그라질 기억들. 과거과 될 순간을 기록하고 남길 때면 종종 무언가 중첩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일종의 기시감처럼 느껴지는 감정.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은 때론 글이 아닌 다른 형태로 설명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년 전에 찍었던 사진인 '잔영'은 위의 감정이 들 때면 말 대신 떠오르는 풍경이다. 빛이 바랜 사진을 보고 지나간 세월을 추억하고, 한 때 즐겨 들었던 노래를 들으며 그날의 일을 회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년 시절의 사진이 아니더라도 사진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억과 의미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대회에선 낙방한 수많은 참가작들 중 하나인 '잔영'. 하지만 애정을 담은 풍경이기에 이번 글의 주인공으로 자랑스럽게 소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