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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왕실 부속 정원, 도쿄 고쿄 히가시교엔을 거닐며

by 한 율
사진: 한 율(Coreart)

일본 도쿄의 중심에는 왕의 거처인 황거(고쿄)가 있다. 에도 성 터에 지어진 황거. 일본 황실의 동쪽에 위치한 히가시교엔. 이번 글에서는 히가시 교엔에서의 경험을 사진과 함께 소개해 보고자 한다.


히가시 교엔은 왕실의 부속 정원이다. 현재는 일반인들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일본 황거는 제한된 시간에 한정된 인원만 사전예약과 현장 접수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아래에 히가시 교엔의 관람정보를 첨부한다.


ㆍ 히가시 교엔의 위치

- 1-1 Chiyoda, Chiyoda-ku, Tokyo-to


ㆍ 히가시 교엔의 운영시간 (보통 월요일, 금요일 제외 개방)

- 3월 1일부터 4월 14일, 9월 1일부터 10월 3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15분

- 4월 15일부터 8월 3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45분

- 11월 1일부터 2월 말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45분


ㆍ 히가시 교엔 입장료: 무료


사진: 한 율(Coreart)

평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인근 지하철역에 내린 뒤, 도보로 10여 분간 이동하여 도착한 히가시 교엔. 입구에서 간단한 짐검사를 거친 뒤,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공원 내부의 인파는 신주쿠 교엔에 비해 한산한 편이었다. 그리고 신주쿠 교엔과 달리 외국인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일본 현지인들이 공원을 찾았다. 지도에 나온 산책로를 따라 히가시 교엔 내부를 크게 돌기 시작했다. 공원의 초입부터 큼지막한 고목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진: 한 율(Coreart)

공원을 산책하던 도중에 발견한 고목 한 그루. 시나몬 계피나무에 속하는 나무였다. 시나몬 나무는 어린 왕자에 나온 바오밥나무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나무의 수령은 두꺼운 둘레와 하늘 높이 뻗은 가지로 미루어 보아 족히 수백 년은 되어 보였다.


사진: 한 율(Coreart)

계피 나무들 주변에 놓인 작은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맞은편 벤치에 앉은 사람들은 가방에서 작은 도시락통을 꺼내 과일들을 먹었다. 기분을 돋우는 따스한 아침햇살과 바람결에 실려온 달콤한 과일향기가 기분을 돋궜다. 숨을 들이쉴 때 느껴지는 초록 풀내음이 상쾌했다.


사진: 한 율(Coreart)

히가시 교엔 안의 나무들은 큰 가지를 뻗어 하늘을 초록색으로 물들였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을 초록색 나뭇잎으로 덮기까지 얼마의 세월이 걸렸을까? 나무는 무성한 잎들을 흔들어 '솨아- 솨아' 소리로 대답하였다. 나뭇가지로 비친 햇살은 여러 갈래로 쪼개져 땅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사진: 한 율(Coreart)

히가시 교엔 입구에는 큰 석조 토대가 자리하고 있다. 원래는 망루 용도의 성탑이 있던 자리이다. 망루는 1638년에 완공되었지만, 도쿄를 휩쓴 대화재로 인해 지금은 석조 토대만 남아있다. 줄 지어선 관람객들을 따라, 토대만 남은 옛 성곽 망루로 올라간다.


사진: 한 율(Coreart)

토대의 꼭대기로 올라가 주변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토대는 낮은 높이였지만, 히가시 교엔을 둘러싼 주변 풍경을 얼추 확인할 수 있었다. 공원의 나무들 사이로 군데군데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도심의 빌딩들.


사진: 한 율(Coreart)

히가시 교엔의 나무들이 이룬 숲 너머 펼쳐진 도쿄의 빌딩숲. 청명하고 맑은 하늘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사진: 한 율(Coreart)

히가시 교엔과 황거 사이에 위치한 작은 연못가. 나무다리를 따라 연못을 건너면 자그마한 석등이 눈앞에 들어온다. 낮은 높이의 석등 뒤엔 총천연색의 오색 단풍이 피어있다.


연못가에는 여러 마리의 비단잉어들이 헤엄치고, 사람들은 느린 걸음으로 연못가를 거닌다. 오래된 나무다리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자갈들의 자그락거리는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사진: 한 율(Coreart)


히가시 교엔의 출구 근처, 예스러운 건물 지붕 위 촘촘히 쌓인 도쿄의 빌딩들. 공원의 입구와 출구를 경계로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히가시 교엔 안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여유로운 풍경들과 대비되는 도쿄 중심지의 빼곡한 건물들. 히가시 교엔이 도쿄의 빌딩숲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이러한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사진: 한 율(Coreart)

히가시 교엔을 나서자마자, 도심의 소음이 귓전에 맴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쿄 히가시 교엔은 흔히 생각하는 도쿄의 대도시 풍경과 상반되는 이미지의 장소였다. 화려한 도쿄의 모습보다 기억 속에 선명히 남은 히가시 교엔. 후덥지근한 여름날, 시나몬 나무 아래에서 바람에 흔들리던 나뭇잎소리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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