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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같은 겨울, 다시 방문한 신주쿠 교엔

by 한 율
사진: 한 율(Coreart)


작은 나룻배에 걸린 무지개


연재 중인 브런치북 '풍경에 담긴 문장들'의 북커버 사진을 소개한다. 이 사진은 지난겨울, 일본 도쿄의 신주쿠 교엔 연못가에서 촬영한 풍경이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늦가을처럼 선선했던 12월의 도쿄 날씨. 벼운 옷차림을 하고 신주쿠 교엔으로 향했다.


신주쿠 교엔 안, 연못에 정박한 나룻배. 작은 나룻배로 시선이 향하자, 자연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나중에 사진을 확인해 보니, 햇빛이 중첩되어 생긴 무지개가 풍경 한가운데 걸려있었다. 사진을 보자,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하였다. 소박한 풍경 속에 신비로움을 간직한 사진 한 장을 시작으로, 일본 도쿄 신주쿠 교엔의 겨울 풍경들을 소개한다.


사진: 한 율(Coreart)


초겨울 신주쿠 교엔을 거닐며


나룻배가 있던 연못가를 지나, 정원의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연못가로 이동하였다. 지난 글에서 보았던 초록색 풍경과 달리,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이 다양한 빛깔로 호수 위를 물들이고 있었다.


신주쿠 교엔의 가을 풍경이 한국의 여름 풍경과 비슷했다면, 신주쿠 교엔의 겨울 모습은 한국의 늦가을과 비슷했다. 같은 장소이지만, 계절에 따라 다른 인상을 풍기는 것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사진: 한 율(Coreart)
사진: 한 율(Coreart)


한산한 신주쿠 교엔의 잔디광장에서


다시 재방문한 신주쿠 교엔. 이번 방문에선 지난번에 가보지 못했거나, 제대로 보지 못했던 장소들을 천천히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번에는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폐장 시간이 가까운 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잔디밭은 상대적으로 한산하게 보였다. 잔디밭 역시 단풍으로 물든 주위의 풍경처럼 노란빛으로 변했다. 옷깃에 스친 서늘한 바람은 예전과 다른 계절을 품고 있었다.

사진: 한 율(Coreart)


신주쿠 교엔의 플라타너스 길


신주쿠 교엔의 야외 정원 사이에 위치한 플라타너스 길. 지난번에 방문하지 못한 장소 중 하나였다. 길게 늘어선 플라타너스 나무들 옆으로 벤치가 놓여 있었다. 벤치에서 한동안 앉아 허공을 응시하며 사색의 시간을 보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과 플라타너스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손바닥보다 큰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미끄러지듯 바람을 타고 내려와 바닥에 쌓였다.


사그락사그락 소리가 나는 낙엽을 밟으며 길을 몇 차례 왕복했다. 길의 끝에선 여러 개의 기억들이 하나로 합쳐졌다가, 저편으로 흩어졌고 눈앞은 가을로 물들었다.


사진: 한 율(Coreart)
사진: 한 율(Coreart)


가을 햇살로 물드는 풍경 사이로


큰 높이의 고목 사이로 가을 햇살이 비친다. 사람들이 멈춰 같은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다. 늦가을의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퍼졌다. 기분 좋을 정도의 따뜻함을 간직한 가을 햇살.


햇살을 맞으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서서히 고개를 돌려 햇살이 번지는 곳들을 눈으로 담아두었다. 햇살이 향한 곳은 이미 완연한 가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진: 한 율(Coreart)
사진: 한 율(Coreart)
사진: 한 율(Coreart)


황금빛 풍경 사이,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


신주쿠 교엔 산책로를 따라 걷다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멈춰 서성이는 풍경을 보았다. 그 주변으로 다가서자, 황금빛 단풍으로 물든 은행나무 고목숲이 나타났다. 말을 잊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단풍잎을 보며 사진을 남기는 이들부터 단풍을 줍고 신기해하는 아이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을 풍경 속에 동화되었다.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노란 단풍잎을 맞으며, 우리는 감춰두고 지낸 동심의 한 조각을 다시 꺼냈다.


사진: 한 율(Coreart)

달라진 계절 다시 방문한 신주쿠 교엔


신주쿠 교엔 밖으로 향하다 마주한 오래된 고목 한 그루. 큰 나무는 초록빛 잎을 간직한 채로 건물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어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킬 나무. 다시 방문한 장소이지만, 큰 여운을 남긴 신주쿠 교엔.


어느덧 계절은 지나갔고 해는 바뀌었지만, 남긴 사진들을 보며 글을 쓰다 보니, 다시 여행 당시의 순간으로 되돌아갔다. 신주쿠 교엔의 정문을 나갈 때 마음속으로 다음을 기약하였듯이, 어느 날 다시 마주할 신주쿠 교엔을 꿈꾸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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