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도시의 경계에서 마주한 푸른 계절
일본 도쿄,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신주쿠 교엔. 도쿄의 빌딩 숲 사이를 거닐다 다다른 공원 입구. 입장 티켓을 구입하고 신주쿠 교엔 안으로 들어가면 도쿄의 도심지와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신주쿠 교엔 속에선 도심의 소음은 맥을 못 춘다. 대신 초록빛 물결이 우리 주위를 타고 흐른다. 거대한 높이를 자랑하는 고목들 아래 펼쳐진 녹색 잔디, 연못 위로 퍼지는 푸른 하늘. 초록빛 생기를 머금은 신주쿠 교엔의 풍경을 소개한다.
신주쿠 교엔 위치: 일본 도쿄 신주쿠구에 위치. 신주쿠역, 신주쿠 교엔마에역에서 도보 5~10분 거리에 있다.
공원의 규모: 신주쿠 교엔은 약 58만㎡로 도쿄 최대 규모의 공원이다.
신주쿠 교엔 입장료 : 성인 500엔, 학생과 노인 250엔, 어린이는 무료이다.
신주쿠 교엔의 볼거리: 삼색 정원, 대형 온실, 신주쿠 교엔을 가로지르는 연못,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 계절별로 피는 다양한 꽃과 열매.
신주쿠 교엔의 이용 팁: 신주쿠 교엔 내에서는 술반입과 음주, 흡연이 금지되어 있다. 벚꽃철 등 특정 시기에는 사람이 몰리므로 평일 아침 방문을 추천한다. 또한 신주쿠 교엔의 명소인 스타벅스는 평일 오후에도 만석이기 때문에 오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에 나온 정자는 보수공사, 사고 위험 등으로 방문시기에 따라 입장이 제한될 수도 있다.
신주쿠 교엔 입구를 지나, 몇 걸음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오래된 나무 한 그루.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춰 나무를 바라본다. 울창한 나무 아래 드리운 그늘 속에서 오후의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 나뭇잎과 잔디밭의 초록빛이 이루는 대비.
공원 초입에 있는 고목 앞에서 나무처럼 멈춰 선 채로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든다. 오랜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킨 나무를 사진 안으로 조심스레 옮겨보았다. 우직한 고목이 품고 있는 세월을 바람결에 건네주었다.
공원 중앙에 펼쳐진 드넓은 잔디밭. 잔디밭에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 돗자리를 펴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 마음껏 뛰어다니는 아이들.
평화로운 분위기가 흐르는 잔디밭. 초록빛 풍경을 거닐며 남긴 사진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덕에 걸음의 속도를 늦췄다. 점차 느려지는 발걸음.
문득, 중절모를 쓴 백발의 노신사가 벤치에 앉아 읽는 누런 책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의 옆에 앉아, 풍경의 일부가 되어 취한 짧은 휴식과 사색의 순간들.
신주쿠 교엔 안을 거닐다 보면 초록빛 숲을 자주 만나게 된다. 녹색 나뭇잎들 사이로 비치는 조각난 햇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올라오는 흙냄새와 풀냄새.
바람결에 사그락거리는 초록 잎사귀와 공간을 채우는 새소리까지 숲의 풍경을 이룬다. 교엔의 숲 속을 산책하다 보면 거대하게 뻗은 녹색 터널 안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신주쿠 교엔을 가로지르는 큰 연못가. 눈앞의 풍경이 물 위에 반사되어 거울처럼 대칭을 이룬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초록빛 나무들과 파란 하늘. 그림 같은 풍경을 거니는 사람들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맺혀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언어의 정원'에서 주된 배경이 된 신주쿠 교엔. 일본으로 향하기 며칠 전 보았던 그의 작품. 그래서인지 신주쿠 교엔의 여러 장소를 지나갈 때마다, 언어의 정원 장면이 잔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언어의 정원에 나온 것들 중, NTT 도코모 요요기 빌딩이 가장 눈에 띄었다.
신주쿠 교엔에서 유독 눈에 띄는 외부 건물이 하나 있다. 그 건물의 이름은 도코모 타워로, 정식 명칭은 NTT 도코모 요요기 빌딩(NTT ドコモ代々木ビル)이다. 도코모 타워는 도쿄 시부야구 센다가야에 위치한 일본의 대표적인 마천루이다. 건물의 높이는 239.85m(탑 최상부 기준 약 240m)이다.
도코모 타워는 지상 27층, 지하 3층의 구조로 이루어졌다. 건물은 그 이름처럼 NTT 도코모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타워의 독특한 외관과 높이로 인해 요요기와 신주쿠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였다. 또한 여러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 등장하여 일본 대중문화 속 유명한 상징물이 되었다.
신주쿠 교엔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들. 소리 없이 짓는 조용한 미소부터 왁자지껄 천진난만한 웃음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신주쿠 교엔의 연못을 잇는 나무다리 위에서 풍경을 찍던 도중, 어린아이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카메라 앞에 섰다. 얼마 안 가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은채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꼬마아이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남긴 채, 다리 너머로 뛰어갔다.
공원에서 본 여러 풍경들 중, 선명한 인상을 남긴 순간이었다.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들 속에서 이미 수차례 바뀐 계절. 어느덧 무더위가 절정에 다다른 여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지나간 계절, 도쿄 신주쿠 교엔에서 남긴 풍경들을 꺼내보며 초록빛 물결로 일렁이던 당시의 순간들을 돌이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