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by 한 율

사물이 처음으로 생김. 또는 그런 근원.


기원


처음으로 돌아가서 살펴보는 글의 기원. '원 1 one'을 쓰게 된 시작을 들여다본다. 어쩌면 큰 의미 없이 지나칠 수 있는 일상적인 순간에서 들었던 충동적인 감정에서 시작한 글. 나는 지금 원한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무엇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글로 풀어가고자 하였다. 그래서 '원'과 관련한 것들을 가감 없이 적어보았다.


하지만 단발적인 감정들은 하나로 묶이지 않고, 휘날리는 여러 개의 파편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이를 하나의 글로 엮는 과정에서 생각이나 문장을 다듬는 과정이 수반되었다.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명확한 생각들에 대해선 적어 내려갈 말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원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나는 그것을 원한다.'라고 자각하듯이 말이다.


동어반복을 피해 당연한 이야기를 계속 돌려 표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자, 이 또한 하나의 원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뾰족한 생각들은 글로 정제되면서 원처럼 둥그스름하게 변했다. 을 쓸 때마다 '는 이를 진정으로 원하였던가'하는 생각과 '글에 담긴 내용이 과연 처음에 마음먹었던 것처럼 솔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일기도 하였다.


원으로 끝나는 말들은 무엇이 있는가? 원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나서부터 원으로 끝날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발견하고, 원에 사로잡아 먹힌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를 쓰고 끝말잇기를 이기려는 사람처럼 원으로 끝나는 낱말들을 메모장에 채워 넣었다. 그것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원' 자체를 원하는 상태가 되었다.


우습게도 이것이 바로 지금 글의 기원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러한 생각들은 헛웃음 한두 번을 짓고 넘겨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번 브런치북을 연재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 또한 이처럼 사소한 것이었다. 그래서 원이라는 제목을 붙여 글로 적었다. 글을 발행하기 전 다시 훑어보았을 때 어색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하여 있는 그대로 남겨둔다. 어수룩한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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