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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율 Sep 09. 2022

성긴 해질녘

월광 트위스트

성긴 해질녘, 사진: 한 율(코레아트)

모서리가 닳은 L 과장의 결재서류철 위를

기울어져 가는 햇빛이 가로 지을 즈음

폭닥한 먼지는 창문 너머로 흩어지고

안도의 한숨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면

  

지하철은 교각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다

강물 위로 날카로운 쇳소리를 던진 채 떠나가고

어둠은 성긴 모양새로 얼마 안 남은 붉은빛을 잠식한다  

   

올곧은 바람은 항상 불어오지만

무뎌진 바람은 가로등 빛 아래로 가라앉고      

신발 바닥에 박힌 자갈은 계속 자그락거리더니

빨라지는 걸음에 끌려가다 길바닥 어딘가로 사그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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