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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와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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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율 Jun 04. 2022

우리 동네 골목길

월광 트위스트

골목길, 사진: 한 율

꼬불꼬불 미로 같은 골목길 모퉁이 에서 이어지고

머리를 맞댄 슬레이트 지붕 아래칠이 벗겨진 대문들

우리는 다 알고 있다는 듯 뛰어다니면서잃지 않던 길


꼬질꼬질 먼지를 뒤집어쓴 옷 위로 햇살이 내려앉을 무렵

두부장수 아저씨의 작은 종소리는 우리의 저녁을 알렸고

마무리는 달리기 경주하듯 숨이 차게 내달렸던 골목길


구불구불 이어진 동네는 언덕 너머부터 주황빛 노을로 물들어 땅거미는 어슴푸레한 밤을 성긴 거미줄에 메달고


우리들의 웃음소리는 퇴근하고 돌아오신 부모님의 목소리와 겹쳐져 저녁 식탁에는 분주히 부딪히는 수저들


굴뚝 위로 올라가는 연기처럼 동네 이곳저곳 퍼진 사람 사는 내음새 은 빌딩 사이 조심스레 쳐 본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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