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 그때의 너에게 : 시간을 건너 쓰는 편지

2화. 되돌릴 수 없는 밤

by 하오빛

이 넓은 공간은 밝고 훤했지만

왜 창밖은 한 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았을까.


눈이 시릴 만큼 밝은 방 안에서도

내 마음은 어두웠고,

어둠은 더 빛났다.


지난 겨울밤,

하얀 창가에 기대어 바라보던

찬란한 어둠의 빛들—

그건 별빛도, 가로등 불빛도 아니었다.


그저…

내 마음속에서 떠오르던 얼굴 하나.


그 얼굴을 비추던 그 어둠이

지금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오늘 밤 나는 다시 찾을 수 없다.


노을 진 바닷가를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덜 외로웠던 날들이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곧 누군가가 와줄 거야’

그 희망을 품었던 바다—

그 바다는 외롭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안다.

그 어둠의 빛은

그리움이었다.

매일 보고픈 얼굴,

말하지 못했던 마음,

그리고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린 지금—


내 마음은,

오래도록 가까이 두고 아껴왔던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 한 장을

찢어내야 하는 사람처럼,

조용히 쓰리고 있다.




지금의 나, 그때의 너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그때의 나야,


넌 참… 어둠을 따뜻하게 바라봤구나.


세상은 밝았지만

너의 창밖은 늘 고요하고 어두웠지.

그 어둠 안에 담긴 빛을

너는 외면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빛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텼어.


지금의 나는 그 얼굴이

누구였는지 알고 있어.

말하지 않았지만,

그리움이 어떻게 생긴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도.


그 얼굴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밤마다 꺼내보던 너의 마음,

지금은 너무 잘 이해된단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이제야 그 사진을

조용히 가슴에 다시 접어 넣을 수 있을 것 같아.


찢어내듯 아팠던 너의 밤이

누군가에겐 따뜻한 새벽이 되길 바라며—


이제, 괜찮아.

우린 그 어둠의 빛 없이도

스스로를 비출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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