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 그때의 너에게 : 시간을 건너 쓰는 편지

31회. 세상과의 약속

by 하오빛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행렬일까,

아니면 신이 우리에게 던져준

무의미한 시간의 조각일까.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 안에서

손잡이를 잡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모습.

회색빛 숲을 찾아

쉴 새 없이 구겨진 몸을 세우며

앞만 보고 걸어가는 인파들 속에

나는 묻는다

과연 나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혹시 나 또한

좀비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나는

다짐한다.

나만은

신이 주신 삶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사랑하며 살아가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촉촉하게 흐르는 정의의 샘을 잃지 않고,

거칠기만 한 우리가 아니라

온기를 품은 사람으로 살아가자.


회색빛 도시가 아니라,

파랑새가 울어주는

참된 삶의 동산을 찾아가기 위해.


그 동산을 위해서,

나만은

사랑하며 살아가겠다.


지금의 나, 그때의 너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그때의 너야,


삶을 묻는 그 물음 앞에서

넌 쉽게 외면하지 않았지.

사람들 사이에 파묻히지 않고

너만의 의미를 찾으려

끝내 고개를 들었던 너.


손잡이를 잡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넌 그 손이 아니라

마음을 지키고 있었구나.


거칠고 빠른 세상 속에서

사랑을 지키겠다고 말한 너.

그건 단지 예쁜 말이 아니라

너의 삶을 살아내기 위한

가장 단단한 약속이었다.


회색빛 숲 속에서도

너는 파랑새의 노래를 들으려 했지.


그래서 지금의 나는,

그때의 네가 남겨준 마음을 이어받아


무의미한 좀비 같은 삶,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는 공허한 삶에서 벗어나

즐겁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


고마워, 그때의 나야.

너 덕분에

지금의 나는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어.


참 진지했고,

참 멋졌던 너야.


하오빛 라디오 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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