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죽음을 생각한다.
벚꽃이 필 무렵이 되면 늘 그렇게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 봄이 오고 있다며 거리에 온통 벚꽃이 피고 있는 걸 보면서 나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죽기에 딱 좋은 날이네’
이렇게 예쁠 때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삶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으니 내 삶의 마지막 순간만큼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봄에 맞이하고 싶었다.
낮에 보는 벚꽃도 예쁘지만 난 밤에 보는 벚꽃을 더 좋아한다. 하늘이 가장 짙은 남색을 보일 때, 하얗게 조용히 흔들리는 벚꽃은 따뜻한 눈이다. 작지만 소복하게 쌓인 눈꽃을 밟고 지난다. 해가 없는 밤에도 벚꽃은 그렇게 빛이 난다. 가장 어두운 밤에도 그렇게 깊은 밤에도.
온 신경이 빼앗길 만큼 아름다운 그 무렵에 난 여전히 죽음을 생각한다. 죽는 그 순간만큼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날이길. 내가 없어진 자리 위로 눈꽃이 쌓여 나는 영영 흩어지길 바랐다.
사람들은 가장 힘든 순간을 겨울로 비유하곤 한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니 꼭 이 삶을 견뎌내라고 말한다. 그 말에 속아 견디고 견뎠지만 봄이 와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여전히 손목 위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마음은 아려오고 숨 쉬는 게 어려웠다. 우울이 밀려와 눈물을 흘리며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기도 지났다. 그저 잠잠히 나의 죽음을 준비했다.
나에게 남아있는 빚이 얼마인지, 내가 죽으면 어디에 묻힐 것인지, 장례식에는 어떤 사진을 쓸지, 고맙고 미안한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며 담담하게 유언장을 써 내려갔다.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은 인생임에도 받을 줄 모르고 베풀 줄 몰라 여기까지 왔나 보다. 서툴고 이상한 내 인생에 곁을 지켜준 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에게 최선을 다 했으며 나는 영원히 그들을 나의 최고의 친구라고 여길 것이다.
편의점으로 향했고 소주 한 병을 사 왔다. 조용히 방문을 걸어 잠그고 갖고 있는 모든 약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때서야 눈물이 나더라. 바닥에 누워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밖은 여전히 찬란한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아, 이제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