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자해, 그 불편한 진실

나를 지키는 방법

by 하온

자해를 자주 하던 때가 있었다. 혹은 위험한 생각을 한다거나.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상태였었다. 처음엔 너무 무섭고 아팠던 기억이 난다. 작은 상처였고, 며칠이 지나니 작은 생채기는 사라져 버렸다. 계속되는 자해 속에서 그 빈도와 강도는 더 심해졌다. 작은 상처로는 만족하지 못했고 더 잘 베이게, 더 아프게 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손톱으로 시작된 자해는 커터칼 뒷등, 눈썹칼, 커터칼 앞면, 면도칼 순으로 더 위험해져 갔다. 꼭 피가 보이고 피가 흘러야만 자해를 멈췄다.


내가 자해를 하는 이유는 정확히 무엇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우울의 깊이가 깊어지면서 숨이 막히고, 미친 듯이 답답해지고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때, 나를 통제할 수 없을 때 주로 자해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상처를 내고 나면 마음의 해소감을 느꼈다. 아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은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자해에 중독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나에게 고통을 줌으로 해소감을 얻고 다른 고통을 잊는 것. 그게 자해를 멈추지 못하고 계속하게 되는 이유이다.


금연하는 사람들은 담배를 완전히 끊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들지만 그것을 계속해서 참아내는 것이라고. 자해도 금연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해는 끊는 게 아니라 참아내는 것이다.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해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그 생각은 불현듯 찾아와 나를 괴롭히고 뇌를 지배한다. 그것을 견디고 떨쳐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것이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반복되는 자살생각과 자해에 병원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이런 방법을 알려주셨다. 자해를 하기 전에 하는 10가지 행동을 만드는 것. 자해 생각이 들거나 자살생각에 사로잡힌 상황에서 자해까지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10가지의 행동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전화하기, 유튜브에서 아이돌 음악을 틀기,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설거지하기, 사진첩에 있는 동영상을 보기, 일기 쓰기 등등 자해를 하기 전에 다른 행동을 먼저 함으로 그 생각을 잠재우는 방법이었다. 실패할 때도 있었지만 어느 날에는 친구와 통화를 함으로 우울감이 조금 사라지기도 했고, 자리에서 일어나 설거지를 하면서 자해 생각을 잊곤 했다.


자해하는 사람들은, 이해받는 게 절대 쉽지 않다. 아니 이해를 받지 못한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자해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거나 혼을 내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 현실이 더 나를 미치게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난 살고자 자해를 하는 것인데. 이런 방법이라도 살아내야 하니까 이렇게까지 하는데 사람들은 왜 나에게 안된다고만 말할까. 왜 아무도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봐주지 않을까. 마음 한편이 아렸다. 나의 안부를 물어봐주고 나를 지키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이렇게 철저하게 외롭게 깨달아왔다.


얼마나 많은 감정이 뒤섞여서 자신 스스로를 다치게 했을까? 얼마나 고통스럽고, 얼마나 무너졌을까. 이런 내 삶을 위로해 주기엔 이 밤과 새벽은 가혹하게도 조용하다 느껴졌겠지. 그 어두웠던 수많은 시간들에게 작게나마 위로를 건넨다. “밥은 먹었어?” “괜찮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네가 그만큼 처절하게 살고 싶다는 걸 내가 알아”라고 말이다.


어느 날 문득, 나를 위해서라도 혹은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자해를 참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내가 실천했던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자해 생각이 들 때면 일단 핸드폰을 켜서 가장 최근에 전화했던 사람, 혹은 애인, 친구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고 “여보세요”라고 말해보자. 울어도 전화를 하면서 울다 보면 지칠 때까지 우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나 아이돌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틀자.

한 번 속는 셈 치고 듣다 보면 안 좋은 생각들이 잠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대안들을 10가지만 만들어놓으면 자해와 자살생각에 빈도수가 조금은 낮아지게 된다. 물론, 많은 연습과 시도와 시행착오가 필요한 일이다.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적어도 내 손목에 상처를 보고 울어주고 잡아주며 걱정해 주었던 이들을 생각하며 자해와 자살생각을 참아내고 있는 중이다. 참아냄으로 나 자신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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