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삶이라는 연주

아직, 끝나지 않았다.

by 하온

때론 삶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것들로 자주 비유되곤 한다. 아무튼 피아노에서 김겨울작가는 우리들의 삶을 아직 끝나지 않은 연주로 비유한다. 연주가 끝나고 마쳐지기 전까지 그 음악이 어떤 음악이고 어떤 연주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겠지.


난 이미 망가지고 실수투성이인 어떤 음악 같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자신 없이 연주하는 음들은 하나같이 다 흔들렸고 멈춰지곤 했다. 내 연주를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그대로 음악을 멈춰버리는 시도도 많이 했었더랬다. 그러나 책에서는 나에게 말했다.


'마지막까지 듣지 않고 연주를 판단할 수는 없으며, 그것은 꼭 인간과도 같다'

'음악이 끝나기 전까지는 그 곡의 의미를 결정할 수 없다
삶이 끝나기 전까지는 그 삶의 의미를 단정할 수 없다'

'당연히 모든 게 끝은 아니다'


아직 연주가 끝나지는 않았다. 비록 흔들리는 음이 가득한 연주라고 해도 말이다. 계속 그리하여 확신 없는 음들을 꾹꾹 눌러가며 나는 여전히 연주한다. 이 연주가 끝이 나고 그리하여 완주한 음악이 되었을 때, 내가 믿는 신은 나에게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음악들 가운데 너의 음악만큼 아름다운 음악은 듣지 못했다고 말하길 봄과 여름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지금의 내가 빌고 또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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