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창문으로 오늘이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아파트 뒤로 넘어가는 해가 그렇게도 빠른 줄 몰랐다. 뭐가 그리 급한지 벌써 저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다. 어김없이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어둠이 가득해졌다.
어둠 사이로 아파트의 불빛이 반짝하고 자기 존재감을 알린다. 바쁘게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 그 안에는 여러 삶들이 들어있겠지 그 이야기를 싣고 달려가는 자동차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오묘해지는 느낌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우울감이 찾아온다. 그럴 땐 약도 소용없는 것 같다. 그래서 노트북을 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무슨 말을 쓸지 어떤 주제로 말을 할지 정하지 않았다. 그저 보이는 대로 적어본다. 잘 쓰고 싶어서 더욱이 써지지 않는 글을 붙잡고 있노라면 멋진 표현이 가득한 책을 동경하게 된다. 작가의 생각과 삶이 부러워지곤 한다.
난 여전히 나의 글의 자신이 없다. 세상엔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이 너무도 많기에. 내가 쓰는 글들이 너무 허황되고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아 부끄럽기만 했다. 하지만 응원해 주고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는다. 타자기를 두드린다. 단어가 완성되고 문장이 완성된다. 그게 그렇게 당신에게 도착한다. 각기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나의 글들이 궁금하다.
누구든,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지 오늘 내가 우울한 감정으로 쓴 이 글이 또 다른 우울에게 가닿았을 때, 조금이라도 공감의 감정이 생겨난다면 그걸로 오늘의 하루가 족하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