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좋은 소식이랄까요.

by 하온

벌써 서른이 되었다.

스물아홉의 시간이 지나고 차가운 겨울을 보냈더니

서른이라는 낯선 나이와 함께 어느덧 꽃이 피는 계절이 다가왔다.

날씨가 제법 변덕을 굴더니 오늘은 햇빛이 얼굴을 비춘다.

덕분에 꽤나 따뜻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느덧 우울증과 공황장애와 싸운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더 정확히는 오래됐겠지만 병원을 다닌 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많은 정신질환들이 내 마음들을 방문했었다.

그 안에서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었다.

10년의 시간 동안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주변에 도움을 구하는 방법을 몰라 혼자서 버텨냈던 20대의 초반을 지나,

사람들의 미움을 받아내는 것이 벅찼던 20대의 중반과 후반을 지나,

30대의 첫 단추인 지금,


나는 모든 것에 있어서 무던해진 사람이 되었다.

감정도 성격도 예민했었던 나였지만

이제는 슬픈 일도, 좋은 일도 그저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유독 몇 년 전과는 다르게 많이 차분해지고 말도 없어졌다고.

내가 다른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까?라고 느낄 정도로 조용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단단한 사람과 동시에 과묵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우울감이 사라졌다.


안 좋게 말하면 모든 감정에 무던해진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좋은 쪽으로는 안 좋은 감정을 지난날에 비해 덜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삶을 비관하는 시간이 줄었고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이 짧아졌다.

그에 비례하게 ADHD가 날 괴롭히지만 그래도 어떠한가.

집중력이 조금 떨어져도 부정적인 삶보단 나을 테니.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말 참으로 야속했는데

그 억겁 같은 시간을 버티고 보니 결국 해결해 주는 것은 시간밖에 없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다.

만성 우울증으로 완치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진단에서부터

그 우울증이 계절성 우울증으로 바뀌고

점점 옅어지는 우울이 되기까지 자그마치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흘러버린 10년이라는 시간 속에 이제야 선선한 봄이 찾아오고 있나 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