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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안세영
Jan 22. 2021
버려졌던 내면 아이와 조우
마법 램프의 요정 J를 만나다.
proloue.
이 글은 작가의 서랍에 저장되어 있던 첫 번째 글입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을 때 썼던 글이라
남다른 애정과 의미가 있네요.
서랍을 열고 그 안에 혼자 갇혀 있던 글을 발행해봅니다.
램프의 요정 J는 어느 날 갑갑한 램프 안에 갇히게 되었어.
자유로웠던 J는 어리둥절했지.
갑자기 왜 이곳에 갇히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어.
안은 너무나 좁고 답답했어.
나가고 싶었던 J는 밖을 향해 외쳤어.
"나 좀 꺼내 주세요! 제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죠?
여긴 너무 무섭고 싫단 말이에요. 제 목소리 들리세요?"
그런데 J의 목소리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J는 너무나 외롭고 무서웠어.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했어.
점점 더 목소리를 높여서 온 힘을 다해서 소리를 질렀어.
"제발 날 살려 달라고요. 이러다 죽겠다고요."
드디어 J를 꺼내 줄 수 있는 그녀가 그 목소리를 알아차렸어.
깜짝 놀란 그녀는 J에게 말했지.
"네가 날 불렀니?"
J는 뛸 듯이 기뻐서 소리쳤어.
"나 여기에 갇혀 있어요. 어서 날 꺼내 주세요.
더 이상 여기에 혼자 있기 싫어요."
그런데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난감해하며 말했어.
"난 너를 도울 수가 없어. 제발 좀 조용히 있어줘.
부탁이야. 네가 나오면 내가 곤란해져.
솔직히 네가 창피하거든. 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
그러니 거기서 얌전히 있어줘."
그녀는 J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 채 자신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쏟아붓고는 바쁜 듯 자리를 피해버렸어.
J는 너무나 슬퍼서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어.
이미 돌아선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이렇게 말했어.
"제발 날 좀 꺼내 줘. 날 버리지 말아 줘.
날 여기서 꺼내 주기만 한다면, 널 위해 무엇이라도 해줄게.
소원이 뭐야?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뭐냐고."
그러나 돌아오는 건 싸늘한 바람뿐이었어.
어느 날 J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어.
그녀가 내 편이 아니었다는 걸. 자기를 가둔 건,
다름 아닌 그녀였다는 걸 말이야.
J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
어.
그래. 네가 날 여기에 가둔 거였어.
다른 누가 아니야. 나를 가둔 건 바로 너였구나.
분명히 내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 날 외면하고 무시했어.
날 꺼내 줄 수 있었을 텐데, 날
어둡고
추
운
이
곳에
가둬버렸어.
이제 나도 널 버릴 거야.
결코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난 정말이지 충분히 고통스러웠어. 너에게도
나와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 줄 거야.
네가 섭섭하다 못해 부글부글 화가 나.
나중에 네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그때 너에게 복수할 거야.
나를 이렇게 괴롭게 하고 방치한 너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니?
어쩌면 난 이대로 여기서 죽게 될지도 몰라.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죽어가겠지.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그렇게 해줄게.
한때 너를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손톱만큼의
온정이라도 꺼내어서 너의 소원을 들어줄게.
J는 희망을 잃었어.
그나마 잡고 있던 한 톨의 희망마저 잃어버리자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알릴 목소리도
용기도 내지 못하게 되었어.
햇살같이 빛나던 미소와 기쁨을 잃어버렸어.
자신을 위해 우는 것도 사치스러웠고,
화를 낼 기운조차 없어졌지.
그러던 어느 날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어.
J의 주인인 그녀가 먼저 J를 찾아온 거야.
"너 거기에 아직도 있었니? 이렇게 너를 불러보는 게
어색하고 쑥스러운데, 내가 오늘 용기를 좀 냈거든."
J는 너무 놀라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어.
이대로 뒤로 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었지.
그렇게 그리워했던 그녀였어.
그렇게 목이 터지도록 불렀던 J의 주인.
근데 어쩌면 좋아. J는 너무 쪼그라들고 얼어붙어서
그녀를 마주할 용기를 낼 수가 없었어.
마침내 그녀를 보았어.
차마 정면으로 똑바로 쳐다볼 수는 없었지만.
여러 가지 감정이 훑고 지나갔어.
왜 이제야 나를 찾아온 거지?
마구마구 퍼붓고 그녀에게 화를 내고 싶었어.
근데 그럴 힘도 기운도 없었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녀가 도망가지 않고 나와 함께 있어주었어.
나는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산더미 같았지만,
도무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대략
난감했어.
그러다 복잡한 감정이 눈물이 되어 후드득 쏟아졌어.
사실은 그녀가 먼저 울어주더라.
실컷 울고 싶었는데,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내 얼굴을 쳐다봐주고 나와 함께 울어주고
나를 꼭 안아주었어.
난 너에게 복수할 생각만 하며 살아왔는데, 이러면 곤란해.
네가 이러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근데 난 어쩔 수 없는 그녀 바라기인가 봐.
그녀의 눈빛과 포옹과 따뜻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용서를 해버렸지 뭐야.
뭐 앞으로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그녀로 인해 꽁꽁 얼었던 몸도 녹고,
이제 숨도 제대로 쉴 수 있게 되었어.
이걸 기적이라고 하는 건가.
내게 찾아온 기적에 아직도 난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려.
그녀에게 난 버려진 아이였어.
들키고 싶지 않은 아이였대.
난 너무 슬프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
그래도 그녀의 행복을 위해 숨어서 지냈었지.
사실은 그녀가 꺼내 주지 않으니 못 나왔지만 말이야.
앞으로 난 어떻게 되는 걸까?
그녀가 찾아주어서 몸 둘 바를 몰랐는데,
또다시 버려질까 봐 솔직하게 걱정이 돼.
그녀에게 난 창피한 존재인데, 이런 나를
그녀가 또 숨기고 싶지 않을까?
아직 난 그녀를 완전히 믿지는 못하고 있어.
"나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니? 이젠 제발 날 버리지 말아 줘."
"솔직히 말할게. 난 사춘기 중학생이라 좀 까칠한 면이 있거든.
하지만 이런 나라도 잘 살펴준다면, 나도 할 수 있는 한 널 도우려고 해.
그게 내가 존재하는 이유니까."
나를 다시 찾아준 너에게
정말 감사해.
이제 다시 제대로 숨 쉴 수 있게 되었어.
내가 누군지 알아?
은혜는 반드시 되갚아주는
마법램프의
요정 J야.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뭐야?”
epilogue.
버려진 내면 아이와 조우.
이 글은 저의 브런치 첫 글이자 제가 상담을 했던 J님께 바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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