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5
교실은 조용했다.
조용했기 때문에, 더 분명했다.
말이 없었고, 대신 흐름이 있었다. 누가 시작했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 아이는 항상 앞에 있었다. 칠판 가까이, 선생님과 가장 가까운 자리.
말을 많이 하지 않았고, 웃는 일도 드물었다. 대신 필요한 순간에는 정확하게 말했다.
“그건 이렇게 하는 게 맞지 않아?”
말은 부드러웠고, 틀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 아이를 신뢰했다. 공부도 잘했고, 맡은 일은 빠짐없이 해냈다.
사고 이후, 나를 이어 반장이 되었고, 그전에 이미 학생부 회장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그 아이를 ‘성실하다’고 불렀고, 누군가는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적어도, 그 전까지는.
어느 순간부터였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 방향이 생기기 시작한 건.
처음엔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네가 말을 걸면, 대답이 한 박자 늦어졌다.
아니,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말이 공중에 잠시 머물다가, 그대로 사라졌다.
누군가는 들은 것 같았지만, 아무도 이어받지 않았다.
같이 웃던 자리에서, 웃음이 너를 지나쳐 흘렀다.
네가 다가가 앉으면, 옆자리는 소리가 조금 비어 있었다.
누구도 자리를 피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그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항상 같은 표정으로 교실을 바라봤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한 얼굴로.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아이가 한 번 시선을 두고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무언가 남았다.
너를 향한 시선이 조금 더 길어졌고, 말은 더 짧아졌고, 거리감은 분명해졌다.
직접적인 말은 없었다.
“쟤랑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마.”
“괜히 엮이면 피곤해져.”
그런 말들이 돌았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그 말을 누가 했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그 아이는 언제나 선생님 곁에 있었다.
과제를 제출할 때도,
행사를 준비할 때도,
무언가를 결정할 때도.
그리고 선생님은 그 아이를 믿었다.
“순해는 항상 믿을 수 있지.”
그 말은 교실 안에서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누구도 그 기준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래서 너는 더 말할 수 없었다.
누군가가 너를 밀어낸 게 아니었으니까.
누군가가 너를 괴롭힌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저, 조금씩 자리가 사라졌을 뿐이었다.
앉을 자리가,
말할 자리가,
머물 자리가.
그 아이는 단 한 번도 너를 향해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손을 대지 않았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너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 흐름의 중심에, 그 아이가 있다는 걸.
교실은 여전히 조용했다.
그리고 그 조용함 속에서,
너는 점점 더 또렷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그건 나중에야 알게 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