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은선 Jul 01. 2024

LA여행 9. LA 거리 구경하기

베버리힐즈, 멜로즈거리, 실버레이크, 다운타운



 친구는 조슈아트리에서 집으로 돌아온 저녁에 함께 식사를 하면서 나에게 남은 여행기간동안 하고자 했던 것들을 모두 후회없이 하고 가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날 밤 자려고 누워서 내가 여기에서 하지 않고 간다면 후회할 만한게 뭘까? 곰곰히 생각했다. 사실 12년 전 LA에 왔을 때 한 달 내내 방방곡곡을 돌아다닌지라 그 중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은 별로 없었고, 오히려 지금의 LA를 좀 더 여유롭게 느껴보고 싶었다.




클라이밍


 아침이 밝았을 때 나는 클라이밍을 제안했다. 최근에 클라이밍을 한국에서 딱 한 번 해봤는데 재미있었고, 언니가 LA에서 클라이밍장을 가보라고 추천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친구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고 우리는 집 근처에 있는 클라이밍장에 방문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클라이밍장은 안가는 편이 나았다. 그 클라이밍장은 성인 초보가 할 수 있는 코스가 없었고 아예 어린 아이들을 위한 공간과 성인 고수가 할 수 있는 코스 뿐이었다. 게다가 교육을 받는 과정은 모두 마감되어 트레이닝을 받을 수도 없었다. 우리는 고수들 사이에서 그나마 가장 쉽다고 생각되는 (그래도 어렵다) 코스 2-3가지를 도전했고 몇 번 손 발을 떼지도 못하고 금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우리는 클라이밍을 마무리했다.




인종차별


 다음으로는 비버리힐즈로 향했다. 그 곳에 알아봐둔 파스타집이 있었는데 친구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Il Pastaio 라는 이탈리아 음식점인데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유명인사들이 즐겨찾는 맛집이라고 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사람이 많았고 우리는 조금 기다린다음 자리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나는 자리 안내를 받은 후 기분이 상했다. 우리가 받은 자리는 옆에 동양인 한 테이블과 우리 테이블 두 곳만 있는 햇빛이 들지 않는 음지였고, 하얀 식탁보가 깔린 다른 테이블과는 달리 그 곳의 테이블만 낡은 타일 테이블이었으며, 백인 여성이 자리를 안내한 후 우리를 서브하는 웨이터는 인도계인 것 같은 영어실력이 조금 어눌한 남성이었다. 나는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 레스토랑을 떠날 생각으로 테이블을 옮겨달라고 요청했고, 다행히도 그들은 일반적인 자리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 후의 경험은 좋았다. 웨이터도 친절했고 음식도 맛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전 처음 받는 차별로 그곳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고 주변에 추천하고 싶지도 않은 레스토랑으로 기억되었다.





에레혼, 왜 인기일까?



 우리는 식사를 마친 후 비버리힐즈를 둘러봤다. 그리고 에레혼을 방문했는데 비버리힐즈의 에레혼은 그 날 굉장히 붐볐다. 스무디를 주문하려고 사람들이 줄을 섰고, 델리 코너가 있어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원래는 스무디를 먹어볼 생각이었는데, 그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들어 마트를 찬찬히 구경했다. 그러다가 에레혼에서 만든 주스코너를 발견했는데 사람들이 꽤 많이 그 주스를 가져가고 있었다. 나도 관심을 갖고 둘러봤고 Strawberry coconut 주스가 궁금해 하나 구입했다. 가격이 얼마인지 정확히 써있지 않았는데 구입을 하고 보니 16.5불로 한화로 23,189원이었다. (카드내역서 기준)


 주스는 맛있었지만 그 주스 하나를 그 가격에 구입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차라리 호텔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는 거라면 그 장소값에 대한 가격을 더 지불할 의사도 있는 반면, 이건 그냥 편의점에 있는 조금 더 건강한 음료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LA사람들에게 Organic과 Gluten FREE 등이 왜 이렇게 중요한지 궁금했다. 친구는 아무래도 주식이 피자, 햄버거다보니 더 건강에 신경을 쓰는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식이 밥이고 이미 채식 반찬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런 고민이 덜 한 것 같았다.




Toes Beach 석양

 베버리힐즈 구경을 마친 뒤 첫 날 못 본 석양을 보러 비치로 향했다. Venice Beach 아래에 위치한 토스비치라는 곳을 갔는데 오히려 베니스비치보다 잔잔하고 예뻤다. 해질녘에 바다로 가 자리를 잡고 해가 저무는 것을 바라봤다. 해는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그 날 저녁은 김치찌개였다. 친구가 김치찌개를 끓였는데 계속 한식이 땡기던 차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멜로즈거리


 다음 날은 혼자 여행을 하는 날이었다. 버스를 타고 멜로즈거리, 실버레이크, 다운타운까지 구경한 후 친구와 만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여러 사람들을 구경하니 그제서야 미국에 온게 더욱 실감이 났다. 멜로즈거리 중간에는 Famer's Market 이 열리고 있었고 거리 중간중간 공실이 보이기도 했다.



둘러본 곳 중 인상깊었던 곳은 글로시에라는 미국 화장품 브랜드인데,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감각이 우리나라 화장품 브랜드들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화장품을 구입하면 현장에서 저렇게 참을 달아주는데 그게 너무 귀여워서 충동구매를 했다.






주말에만 열리는 Flea Market 도 구경했다. 무언가 사고 싶어서 방문했는데 마땅히 살만한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구경을 하면서 쭉~ 길을 걷다가 어딘가 익숙한 곳을 발견했는데, 바로 12년 전 사진을 찍었던 장소였다. 12년간 그 자리에 있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색이 많이 바랜 모습에 세월을 실감하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 추억에 잠겨 있다가 버스를 타고 실버레이크로 향했다.





실버레이크




 실버레이크는 요즘 핫한 지역이라고 해서 궁금했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스윗그린에 가서 식사를 했다. 샐러드라고 만만히 봤는데 양이 엄청나서 결국 절반 이상 남겼다. 카바에 갔을 때도 절반 이상 남겼는데 미국인들은 건강식도 엄청나게 많이 먹는 것 같았다.



 스윗그린 바로 앞에는 최근 유명하다는 인텔리젠시아라는 카페가 있었고 그 곳엔 사람이 많았다. 대체적으로 실버레이크에는 핫한 음식점들이 많고 길가에는 미국 백인 젊은 친구들이 많은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진 않았지만 확실히 가게들이 다른 곳보다 감각적이고 깨끗한 LA 도시의 느낌이 났다.

 몇군데를 둘러봤지만 대부분 음식점이고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여서 더 먹어보지 못하고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다운타운

 그랜드센트럴마켓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있었고 모든 매장은 사람들로 넘쳤다. 이곳은 더 연령대가 다양하고 인종도 다양했다. 특히 도넛집에 줄이 엄청났다.


 구경을 마쳤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라스트북스토어에 방문해 책을 구경했다.

 그리고 친구와 저녁식사 약속장소로 넘어가기 위해 버스 정거장으로 향했다.


 그 길은 홈리스들이 많았다. 그 때가 오후 5시 정도였는데, 해가 질 시간이 되니 어딘가에서 카트에 짐을 싣고 하나씩 나타나는 듯 보였다. 간혹 소리를 지르는 홈리스도 있었고 보통은 터덜터덜 어딘가로 걸어갔고 누군가는 말을 걸기도 했다.


 미국은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회사가 많아 다운타운의 공실률이 높아졌다는 말은 들었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슬럼화가 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버스가 오는 20분동안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렸고, 마침내 버스를 타고 그 곳을 탈출했다.




LA의 밤


 친구와 저녁식사를 먹으러 간 곳은 멕시칸 음식점이었다. LA에는 멕시코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멕시칸 음식을 잘하는 곳이 많은데 이 곳도 타코가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피아노바를 찾아 2차로 향했다. 구글링으로 찾아 간 곳인데 알고 보니 굉장히 핫한 곳 같았다. 건물의 8층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피아노바 맞은 편에는 디제잉을 하는 사람이 있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한 손에 술잔을 들고 석양을 바라보며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을 잠시 구경하고 피아노바로 들어갔다. 문이 숨겨져있어 아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스피크이지바였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칵테일을 시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악이 갑자기 바뀌면서 바 가운데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나타났다. 넋을 놓고 피아노 연주에 맞춘 노래를 감상하다가 몇 곡을 한 후 그 가수는 다시 사라지고 음악은 다시 빠른 비트로 바뀌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놀다보니 어느새 친구 남편 분의 일이 끝나 데리러 왔고 우리는 LA 밤문화를 마무리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날의 초승달은 아주 예쁜 모양으로 뚜렷히 빛났다.





LA거리 총평


LA의 핫한 거리를 돌아다니고 핫한 브랜드를 돌아보면서 느낀건

오히려 한국의 컨텐츠가 놀라울만큼 발전했다는 거였다. 


요즘 우리나라 언론 상에서는 북미권에서 K-푸드, K-뷰티가 난리라던데

외적인 부분에서 그런 문화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피부로 느끼기에 확실히 한국 브랜드들이 더 감도가 높았다. 


최근 미국으로 진출하는 브랜드들이 꽤 되는데, 

그게 수요 없는 공급이 아니라...

정말 대박나서 한국의 인지도를 더 높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전 08화 LA여행 8. 조슈아트리 1박 2일, 별이 쏟아지는 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