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부부에 대하여
그렇게 무사히 렌터카를 반납하고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친구가 렌터카 업체로 픽업을 오기로 했었는데, 일정이 변경되어 남편이 데리러 갈거라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 남편이 픽업을 왔다.
남편 분은 친구에게 이야기로 많이 들어왔고, 사진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만난건 처음이었다. 함께 친구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좋은 분인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친구네 도착해서 친구를 만났다.
낯선 땅에서 긴장하다가 안전한 공간에서 안전한 사람을 만나니 곧 안심이 되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친구는 작년부터 미국에 와서 살고 있다. 남편분이 미국에서 일하는 비자를 받아 일을 하고 친구는 와이프 비자로 함께 거주하며 현재는 영주권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며 초대해주어 이렇게 미국여행을 오게 된 것이었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난건 스무 살 대학생 때였는데, 같은 과 친구들과 무리로 어울리는 나와는 달리 이 친구는 그보다는 동아리 활동이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다. 우리는 종종 따로 어울렸고 21살 때 처음 갔던 일본 여행도 이 친구와 함께였다. 내가 스펙을 쌓아 대기업에 입사하고 회사에 다니는 동안 이 친구는 일본에 가서 살기도 하고, 캐나다에 가서 살기도 했으며 한국에서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던 친구가 하우스와이프로 미국에 산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 빛을 잃어버린 것 같아 조금 속상하기도 했는데, 미국에 와서 둘이 생활하는 걸 보니 친구는 오히려 그 전보다 더 반짝이고 있었다. 친구는 남편분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집안의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내고 있었고 주기적으로 남편의 일도 도왔다. 무엇보다도 그 모든 것을 친구가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기쁘게 해내고 있다는게 느껴져 더욱 빛이 났다.
아무튼 그렇게 이 부부와 약 일주일간 합숙이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어떤 부부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일주일간 관찰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단적으로 친언니와 형부와도 그럴 일은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부부를 일주일간 관찰하면서 느낀 바는 이들은 정말이지 ‘이상적인’ 부부라는 것이다.
그들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나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제부터 그들을 ‘이상적인’ 부부라고 생각한 이유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둘은 서로 너무 사랑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내는 데 스스럼이 없었고 서로 부딪히는 차가운 공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의견 조율이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사이좋은 상태로 돌아왔다. 친구의 말로는 남편이 처음부터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성격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가 의견을 계속 물어보고 의견을 얘기했을 때 칭찬해주면서 점차 남편도 본인의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남편을 좋은 방향으로 끌어주는 친구와 곧잘 따라와주는 남편분이 참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둘은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것만 같았다. 가족사나 어린시절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서로의 과거 연인사까지 꿰뚫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뿌리부터 차츰 알아가면서 상대방을 더 이해하게 됐을 것이다. 이들은 서로 눈빛이나 표정만 보더라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나 잘 아는 것 같았다. 세상에 단 한사람이라도 상대방을 이렇게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삶이야말로 정말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둘은 서로의 부족함을 충만하게 채워주어 그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한 개의 개체가 둘로 쪼개어져 다시 맞추었을 때 꼭 포개어지는 느낌이었다. 운전을 못하는 친구를 위해 친구가 가는 곳마다 남편은 차로 데려다주고 또 일정이 끝나면 데리러 오곤 했고, 남편의 배꼽시간에 맞추어 친구는 밥과 간식을 준비해주고 남편이 말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꿰뚫어 미리 준비해 놓곤 했다. 그 둘은 그렇게 서로를 지지하며 가장 완벽한 상태로 존재했다.
남편분은 원래 국내에서 일을 계속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가 남편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지지해주어 미국까지 올 수 있었다. 친구는 원래 즉흥적인 편이었는데 남편을 만나면서 더 계획적이고 꼼꼼한 성격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남편을 서포트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 친구와 그 마음을 알고 더 책임감을 갖고 일에 임하는 남편분을 보니 그들이 서로를 만나고 성장해가는게 너무 느껴졌고 이들의 밝은 미래가 기대되었다.
그 모든 것이 이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내가 그들을 좋게 볼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이인삼각처럼 서로의 발이 묶인 상태에서도 한 곳을 바라보며 함께 나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있더라도 모두 서로가 더 잘되기 위해 필요한 절차에 지나지 않았고, 그 과정들을 통해 그들은 피드백하고 개선하며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친구는 남편을 인생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했고 나도 부부가 각자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야한다는 말에 공감했다. 서로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고 그만큼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있어서 낯선 땅에서의 생활도 거뜬히 버텨낼 수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더이상 타지생활을 하는 친구가 걱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이상적인 부부를 지켜보면서 느낀 바들을 꼭 글로 남기고 싶었고,
마지막 날 친구에게 너희 부부에 대한 생각을 글로 남기고 싶다고 얘기하여 동의를 받았다.
모두들 사실 이런 결혼생활을 꿈꾸지만 현실과 타협하면서 조금씩 포기한 것은 아닐까,
현실을 지키면서도 이상을 실현해나가는 이 부부를 바라보면서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일생일대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다시금 깨달았고 이런 부부들이 세상에 더 많이 존재해주기를 희망했다.
그렇게 그들이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둘의 사진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