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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선 Jun 10. 2024

LA여행 6. 혼자 여행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들

2박 3일 혼자 여행기


LA여행 첫 이틀간 혼자 여행을 하게 되었다.

혼자 여행을 통해 깨달은 건 무엇일까?



소중함


 여행을 하다보면 당연한 것들이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그제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


 남편과 열흘이라는 긴 시간동안 떨어져 있는 건 결혼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 전 날 조카 돌잔치에서 엄마랑 아빠는 부부가 그렇게 오래 떨어져있는거 아니라며 나를 나무랐다.

 그 날 밤 새삼 미안한 마음에 남편한테 "오빠 미안해~" 라고 했다.

 남편은 집돌이라 주로 집에 있는데, 내가 약속이 있어서 자리를 비울 때면 홈파티를 해야겠다면서 신난다고 말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렇게 장난스럽게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응~" 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내심 서운한 것 같았다.


 그리고 멀게만 느껴졌던 여행 당일 아침이 밝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싸놓은 짐을 대충 꾸려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다.

 공항에 도착해 남편 출석체크를 하고 밥을 먹었다.

 

 오빠한테 "같이 갔으면 좋았을텐데~"라고 했더니 "이미 늦었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남편을 배웅했다. 남편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고, 남편은 걸어가면서 중간중간 뒤를 돌아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왠지 슬퍼서 눈물이 핑 돌면서 새삼 남편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스킬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스킬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운전이 그랬다.


 해외 첫 운전이라 운전을 하기 전까지는 꽤 긴장했는데 막상 해보니 미국 운전은 한국 운전에 비해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걱정과는 달리 차 유리창을 깨고 무언가를 훔쳐가는 일도 없었으며 늦은 밤 운전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시스템은 조금 복잡했고 LA 시내에서 주차비는 상당했다.



사람  


 여행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혼자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나는 LA에 아는언니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언니에게 연락해서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저녁을 함께하기로 하면서 첫 날 일정은 완전히 바뀌었다. 언니를 만나 이야기하면서 미국에서 MBA를 하게 됐다는 근황도 알게 되고 형부도 함께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했고, 밥을 먹은 후 언니네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에레혼도 구경하고 형부의 테슬라 자율주행차도 타봤다.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고 가능하면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이러한 경험들이 많아진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슈


 여행을 하다보면 돌발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데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혼자 여행의 묘미이다.


3일째 아침이 밝아 근처에서 조식을 먹고 LA로 돌아가려는 도중에 호텔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려고 차에서 내렸다가 차키가 차 안에 있는 채로 자동차 문이 잠겼다. 졸지에 나는 호텔 앞에서 핸드폰 하나만 가지고 덩그러니 서서 차 안에 차키와 가방을 바라보아야 했다


그 때가 아침 7시인데 10시 전까지 체크아웃을 해야했고 팜스프링스에서 LA까지는 약 2시간이 넘게 소요되는데 11시 반까지 차를 반납하고 친구를 만나는 일정이었다.


 원래 전자키는 내부에 있으면 차가 외부에서 잠귀지 않기 때문에 매우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 상황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에 방법을 찾아봤는데 대부분 긴급출동을 불렀다고 했다. 이메일에 들어가 렌터카 예약확인서를 찾아 렌터카 업체에 전화를 했다.


 문제는 상황을 설명할만큼 영어실력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업체는 다른 직원을 통해 소통을 하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나는 호텔 카운터로 찾아가 직원에게 렌터카업체에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나고 파파고로 번역된 화면을 보여주어 그 도움으로 무사히 긴급출동을 부를 수 있었다.


 미국의 느린 서비스와 대륙인 것을 감안하여 기사가 언제 도착할지 막연했는데 다행히 기사는 1시간 내에 도착했고 나는 무사히 체크아웃을 하고 렌터카 반납을 한 후 친구를 만났다.


 익숙한 곳에 있다보면 마치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헤프닝을 겪고 나면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곤 한다.




인생


그렇게 혼자여행을 하다보면 인생이 꼭 여행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무언가를 배우고 새로운 곳을 모험하고

꼭 그것이 계획대로 되진 않지만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그러는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를 돕기도 하면서,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응축해서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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