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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선 Jul 08. 2024

LA여행 10. 와이너리로 마무리하는 여행

나는 여행에서 원하던 답을 찾았을까?


Cielo Farms


 LA여행을 준비하던 중 원더걸스 멤버 소희가 LA여행에 방문한 유튜브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소희가 LA 인근 와이너리를 방문한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 와이너리를 알아봐서 친구에게 이곳을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친구는 흔쾌히 승낙했고 LA에 오기 전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https://woodstockmalibu.com/the-barn-tasting-room/




Ace Rental car


 와이너리까지 가려면 운전이 필수기 때문에 급하게 차를 렌트했다. 처음 혼자 여행할 땐 FOX RENTAL CAR 에서 예약했고, 이번엔 ACE RENTAL CAR 였다. 에이스렌터카는 구글 평점이 3.9점이었는데, 친구네 부부는 4점대 이하는 절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Fox Rental 은 평점이 2.8점이다 ㅋㅋㅋ) 남편분이 렌트카 픽업장소까지 데려다주셨는데 평점을 보고 괜찮으시겠어요? 라는 걱정 어린 질문을 했다.



 두 렌트카에 대한 간단한 후기를 쓰자면 Fox 는 인수까지 대략 2시간정도 소요되었고, 이후에 PLATEPASS 를 1 Day 에 12.99달러씩 총 25.98달러가 추가 부과되었다.


 Ace는 인수까지 대략 1시간정도 소요되었고, 인터넷에서 예약한 금액과 실제 인수받는 금액이 달랐다. 게다가 Compact car를 빌렸는데 큰 차를 주셔서 바꿔달라했더니 이것도 Compact라고 그냥 타라고 해서 얼떨결에 인수받았다. 마지막으로 차를 타고 가는데 자꾸 에어백과 안전벨트 사인이 깜빡깜빡 거렸다. 불안해서 영상을 찍고 돌아가서 차가 이상하다고 바꿔달라고 했는데, 처음엔 내 잘못 아니냐며 추긍을 했고 영상을 보여준 후에도 내 잘못인 것처럼 이야기했으며, 무엇보다 다시 그 긴 줄을 서서 차를 바꿔가라고 했다.


 그 모든 상황을 경험하면서 3.9점.. 괜찮으시겠어요? 라는 말이 자꾸 머리에 맴돌았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반드시 렌트카의 평점을 확인 후 예약할 것을 권한다.





Community Goods


 멜로즈거리를 걸은 날 줄이 어마어마하게 선 곳을 발견했었는데, 말차라떼가 유명한 카페였고 차를 인수받은 후 와이너리 가는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 이 곳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해갈 생각으로 방문했다. 이 곳은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듯 했다. 우리나라에는 이정도 퀄리티의 카페가 많은 반면, 미국에서는 확실히 차별화된 느낌이었다. 그 카페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됐을 때, 나는 말차라떼와 말차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슈가를 넣을거냐고 해서 괜찮다고 했다. 슈가를 넣지 않은 말차라떼의 맛은 내 생각과 꽤 다른 맛이었다. 아마도 슈가를 넣는 편이 더 맛있었을 것 같다.




와이너리에 가다


 와이너리는 LA에서 차로 약 1시간 떨어져있었다. LA에서 동쪽으로 가면 팜스프링스와 조슈아트리 국립공원같은 사막이 펼쳐졌는데, LA에서 말리부비치를 따라 북쪽으로 가니 또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다행히 날씨가 맑았고 파란 하늘과 쨍쨍한 LA의 햇빛에 말리부비치가 반짝반짝 빛났다. 또 새로운 풍경에 감탄하며 운전을 하다보니 어느새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높은 경사를 지고 포도밭이 펼쳐져 있었고 경관을 따라 야외테이블이 비치되어있으며 그 사이 Hut에는 와인을 서브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Hut에서 궁금한 와인을 몇가지 시음한 후 테이스팅할 와인을 최종 주문하여 야외테이블에 앉아 시음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와인을 고르자 와인에 대한 설명이 적힌 종이가 함께 제공되었다.


 우리는 경치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은 산으로 둘러쌓여있었고 가운데에는 호수가 있었다. 그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와인은 무엇이든 맛이 있을 것만 같았다. 모두 평타 이상이었지만 이렇다 할 인상깊었던 와인은 딱히 없었는데 Honey Pie라는 와인은 Muscat이 들어가서 적당히 달달한 맛이었다.


 이 곳은 그냥 카페거나, 음식점이어도 무조건 잘 될 것만 같은 위치였다. 친구와 인생과 사업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성공해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전 세계의 이런 곳들만 돌아다녀도 행복하지 않겠냐고 했다.


 여러 대화를 나누었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대화는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유명인사들을 통해 마케팅한 후 저급 인력을 투입해 고가의 서비스 비용을 받는 플레이에 대해 친구는 가책을 느낀다고, 그런 비즈니스를 해서 돈을 많이 번다고 한들 그 인생이 행복할까?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었고 그에 대해 스스로 내린 결론은 'No'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도 그런 플레이를 하는 업체는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대표는 어마어마한 대저택을 구입했다고 했다.


 나 또한 그와 유사한 플레이를 하는 여러 업체들이 정직하고 실력있는 업체들보다 더 빠르고 크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왔고, 비즈니스를 잘하는 것의 기준이 숫자라면 그들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맞는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소 불행한 길일지라도 빠른 성공 후 행복을 따를지, 속도가 느리더라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것은 철저히 개인의 가치관에 대한 선택이었지만 빠른 길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길이라면 나 역시 후자를 선택하고 싶었다.





The Last Night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마지막 날 밤이 찾아왔다. 친구네 아파트에 Fire place와 Hot tub이 있어 마지막 날은 치폴레와 판다를 테이크아웃해와서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친구에게 일주일간 신세진 것에 대한 감사함과, 그동안 불편했을 남편분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했고 친구는 일주일간 나를 지켜보니 내가 본인의 남편과 유사하다며 자기가 그런 성향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친구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내가 세수를 하고 나면 사방에 물이 튀어있다는 걸 이야기하면서 테무에서 물이 튀지 않는 아이템을 추천해줬다. 알고보니 친구는 내가 세수를 한 뒤에 늘 주변 물을 닦았던 거였다. 머무는 동안 불편할까봐 얘기하지 않은 그 배려가 고마웠고 나는 미안한 마음 반 고마운 마음 반으로 멋쩍게 웃었다.


 그래도 그런 작은 부분들 외에 무사히 동행을 마쳤다는 건 기쁜 일이었다.



 이 친구와 해외여행을 한 건 2010년 첫 해외여행인 일본여행 이후 14년 만이었다. 그 때는 우리 둘 다 싱글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짝이 있었다. 친구는 또 10년이 지나 각자 자식들을 데리고 함께 가족여행을 하면 재미있겠다고 이야기했다.


 식사를 마친 후 핫텁에 가서 발을 담그고 남은 이야기들을 하면서 그렇게 마지막 밤이 지났다.






LA 여행을 마무리하며  


 다음 날 아침 서둘러 공항에 왔고, 비행기는 2시간 지연되어 남은 시간동안 이번 여행을 곱씹었다.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지나간 시간동안 안타깝게도 이마를 탁 칠만한 인사이트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미국에서 피부로 느꼈던 부분들을 몇가지 풀어보면 이렇다.


 그 대륙은 생각보다 서비스가 엉망인 곳이 많다. 자본주의의 끝판왕답게 비싼 곳의 서비스가 우수한 반면 우리나라의 서비스는 대체로 상향평준화되어있는 것 같다.


 그 대륙은 다양한 인종이 사는 만큼 모든 방면에서 다양하다. 예를 들자면 화장품 컬러도 그렇고, 의상 스타일도 그렇고, 식료품 재료도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그 대륙은 소득분위가 인종으로 나뉘어 뚜렷히 구분되었다. 저렴한 곳에 가거나 버스를 타면 월등히 멕시코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가격대가 있는 곳을 가면 확실히 백인들이 많았다. 홈리스는 흑인의 수가 압도적이었다. 내가 어느 곳에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면 인종으로 쉽게 그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대륙에서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인 것 같았다. 저렴한 동네는 확실히 슬럼화가 되어있어 '위험'하다는 신호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부유한 동네는 강아지들마저 평화로워보였다.



 나열한 것만 보면 부정적인 느낌인데, 그보다는 그저 우리나라에 비해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모든 방면에 있어서 그 편차가 더 큰 나라로 이해했다. 그래서인지 사고가 확장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긍정적인 느낌에 가까웠다.




그리고 비즈니스적인 면에서 느낀 건 미국의 F&B 시장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베버리힐즈의 에레혼은 프리미엄 유기농 마켓으로 일반 시장 가격보다 2~3배가 높은데 그것에 구애받지 않고 쇼핑을 하는 이들이 있었으며,

웨스트필드 화이트컬러 직장인들은 점심으로 건강한 패스트푸드인 CAVA와 같은 음식들을 선호했고,

그랜드 센트럴 마켓에 가면 여전히도 도넛같은 미국스러운 음식들에 줄이 가득했다.


온라인 쇼핑의 증가로 쇼핑공간은 더이상 구매의 공간이 아닌 '경험'의 공간으로 이용됐다. 그 외의 구매는 사실 급하지 않은 이상 온라인으로 구입해도 무방했다.

일반 매장들이 즐비했던 거리는 공실이 늘었다.

핫하다고 불리는 실버레이크에는 매장보다는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사실 그러한 변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각 나라의 변화는 동시대에 맞게 함께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LA의 변화보다는 그간 나의 변화가 더 크게 와닿았다.

12년 전 처음 미국에 방문했던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던 그 때에 비해 나는 그동안 세상의 많은 것들을 알아버린 것 같았다.


 밝은 LA 날씨의 이면에 있는 고충들이 와닿았고,

 예전엔 긴장했을만한 낯선 외국인으로부터 인간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거니와

 불편한 상황을 무작위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개선을 할 방법들을 떠올렸으며,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더 노련하게 해결했다.


 특히 여러 변화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여유로움이었다. 그 모든 것이 설레이면서도 불안하던 시절의 내가 그토록 원하던 어른의 모습이 지금의 나에게서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렇게 지난 10일을 돌아보면서 평소보다 편안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한국에 도착했다.


 남편은 '귀국을 환영해❤️' 라는 메세지를 들고 공항에서 나를 맞이해주었다.

 남편에게 미국에서 그간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이야기하면서 다시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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