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은선 Aug 26. 2024

07. 지관 - 결혼에 대하여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 


결혼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가족이 생긴다.

 나를 낳아준 부모님부터 시작해서 형제자매들, 더 나아가서 엄마와 아빠의 가족들까지..

 어렸을 때는 아무런 의식 없이 그들의 태도와 행동을 무분별하게 흡수할 것이며, 점점 커가면서 그들이 주는 경험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고,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각종 감정들을 느낄 것이고, 그 영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우리는 독립할 때까지 그 영향 하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우리가 가족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결혼"이다.

 결혼이라는 단 한 번의 의사결정은 인생의 많은 것들을 바꾼다. 표면적으로는 함께하는 사람이 바뀌고, 사는 집이 바뀌며, 먹는 음식이 바뀐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한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과 남은 일생을 함께하면서 어렸을 때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의 인생관, 가치관, 행동양식, 성격, 가족, 일, 경제력, 대인관계 등을 망라하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결혼에 관심이 많았다.

 결혼을 잘하고 싶었고, 그렇다면 ‘잘'하는 결혼은 뭘까? 고민했다.

 결혼은 단순히 이 사람이 좋다는 것으로 결정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문화, 사회, 경제, 법 전반에 걸쳐있는 종합예술과도 같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배우자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적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나 또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 사람이 내가 원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연애를 해보면서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의 삶을 간접적으로 느껴보는 것 뿐이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결혼 상대를 만나려면 연애상대를 고르는 것부터 신중해야했고, 연애를 할 때면 그들은 모르는 나만의 결혼고사를 치르곤 했다.

 


그리고 서른 살, 나는 결혼했다.







결혼 5주년 후기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혼인지속기간별 이혼 구성비는 0~4년(18.6%)로 결혼한 지 5년 미만의 신혼부부 5쌍 가운데 1쌍이 갈라서는 셈이다.



5명 중 4명에 속하게 된 것에 감사하며, 지난 5년을 돌아봤다.


어떤 날은 여태까지 삶을 통틀어 가장 행복하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하늘이 무너지는 마음으로 펑펑 울기도 했다. 그렇게 삶의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그는 어느새 나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 되었다.



매일 부대끼면서 이젠 이 사람을 온전히 알게된 것 같다가도

어떤 날은 이 사람이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 어느 때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은 행동에 깜짝 놀라기도 하는 결혼 5년차,



그동안 그 사람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생각해봤다.


나는 결혼 전보다 청소와 요리를 잘하고, 말을 예쁘게 하고, 내 감정을 명확히 말 할 줄 안다.

사랑하는 사람을 돕는 것의 기쁨을 알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씨를 배우고 있다.


그 사람은 때때로 내가 선택한 사람과 다른 사람같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에게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건 각자가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어 내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 상대방이 나에게 영향을 주며 그렇게 살아가는게 아닐까?






이전 06화 06. 지관 - 좋아하는 일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