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1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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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라는 것은 내가 아주 오랫동안 고민해온 주제이다.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아빠는 일을 하고 엄마는 집에서 살림을 하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남아있었다. 어렸을 적 엄마는 “여자는 그러면 안돼, 여자는 이래야해”와 같은 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우리에게 주입시키곤 했지만 나는 그 당시부터 “시대가 바뀌었어 엄마”라며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하나의 인간으로 존재하기를 바래왔다.
그런 삶의 방향성을 가진 내게 ‘일'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따라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이왕에 해야한다면 그 일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속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곤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흥미가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중학생이 되었을 즈음 내 꿈은 주로 텔레비전에서 접하는 컨텐츠에서 비롯되었다.
솔로몬의 선택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법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가는 변호사가 되고 싶기도 했고,
러브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집을 예쁘게 변화시켜주는 인테리어디자이너가 되고 싶기도 했으며,
요조숙녀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전세계를 누비는 승무원이 되고 싶기도 했다.
그 꿈들은 마땅히 한가지로 수렴되지 않은 채 나는 고등학생을 맞이했고, 수능점수를 향해 맹목적으로 나아갔다. 고등학생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문과'와 ‘이과' 그 사이에서 길을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수학을 좋아했던 나는 수II라는 한 과목을 더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오히려 문과를 선택했다. 사회탐구 영역에서 네가지 과목을 고를 때는 암기과목에 자신이 없어 역사를 모두 배제하고 나중에 여행할 때 도움이 될만한 ‘한국지리’, ‘세계지리’ 과목과 사회를 살아가는데 보편적 지식이 될만한 ‘사회문화’, 그리고 내가 정말 관심이 있는 ‘경제’를 선택했다.
스무살에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이 전공 저 전공 과목을 수강해보기도 하고 학교 내에서 진행하는 진로상담을 받으며 내 성향과 맞는 직업이 어떤게 있는지 탐구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선택했던 전공이 바로 ‘부동산학'이었다.
실리를 추구하고 문과 전공 중에서 몇 없는 정답이 있는 학문인 것이 내 성향과 잘 맞았으며, 해당 과가 나름 학교에서 알아주는 전공이라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전공은 잘 맞았고 꽤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살면서 선택한 것들에 대해서 후회해본 적이 별로 없다.
보통 최선의 선택을 하기위해 충분히 고려한 후 선택을 하고 그 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랬던 내가,
전공을 살려 회사에 입사한 후로는 스스로의 선택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는게 맞는걸까?
일적으로는 내 성향과 맞고 성과도 좋은 편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회사에서 요구하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가장 의문이었던 건 월급을 준다는 이유로 내 시간이나 인격을 모두 회사의 것처럼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영진들을 보고있으면 그들은 주말마저, 어쩌면 그들의 영혼마저 회사에게 반납했다.
대기업이라 연봉을 더 받느니 성과급이 어쩌니 하는 것들은 내 삶만큼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다.
어쩌면 내가 '직장인'을 진로로 결정할 때 고려할 것은
전공을 활용할 수 있는지? 가 아니라,
회사에 헌신할 수 있는지? 가 앞섰어야 했다.
내 삶을 살고싶다
"모두가 그렇게 살아" 라는 어른들의 말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꾹 참고 버티면서 회사를 다닐수록 '내 삶을 살고싶다'는 열망은 커져만 갔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나는
내 삶을 살면서도 수입을 벌 수 있도록 '홀로서기'를 위한 경험과 자금을 쌓아갔고
이후에는 도망치듯 회사를 빠져나왔다.
지금 누군가가 '왜 일해?'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나답게 살고싶어서"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