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일 할 수 있을까?
만약 원한다면
야생화처럼 살라
단, 꽃을 피우라
꼭
다음 봄까지
살아남으라
야생화 - 류시화 -
퇴사를 하고 우리에 갇혀 있던 말이 자연으로 나와 푸른 초원을 즐겁게 달리는 상상을 했다. 작은 새장에 갇혀 있던 새가 마침내 날개를 활짝 펴는 꿈을 꾸었다. 그 자유가 사무치도록 좋았다.
하지만 머지 않아 그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유가 주는 무게감은 꽤 크다. 스스로 모든 것을 선택해나가는 것에서 숨통이 트이기도 하지만, 그 길이 막다른 골목이었을 때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스스로 져야하는 것이 자유에 대한 대가다.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전공과 회사 경험을 살려서 부동산 중개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후 강남에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학교선배를 찾아가 그 곳에서 잠시동안 일을 했다.
그러면서 업무를 할 때 불편했던 점을 떠올리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부동산플랫폼 아이디어로 정부지원 사업에 지원을 했는데, 그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면서 친구 두명을 끌어들여 함께 플랫폼 사업을 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두 명의 개발자에게 시달리다가 플랫폼 사업은 런칭도 해보지 못하고 끝이 났다.
다음으로 성수동에 직접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차렸는데, 툭하면 사람들이 전화나 방문을 해서 내 시간을 잡아먹기 일쑤였다. 회사생활은 원치 않는 시간이지만 급여라도 받는데 이건 자원봉사나 다름이 없었다. 조금 더 주도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그 즈음 건대에서 베이커리를 하던 친구가 나에게 가게를 내놓았는데 그 자리가 아까워서 내가 뭐라도 해보려고 하다가 동생과 함께 카페앤바를 차리게 되었다. 배달 초기 시장이기도 했고, 밀키트나 프랜차이즈 등으로 확장하기에 요식업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게는 오픈하자마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다들 우리가게를 너무 좋아해주셨는데, 밤낮으로 업무를 하고 번 돈을 계속 재투자하다보니 그 상황을 온전히 즐길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점차 고객들이 저가형만 추구할 즈음 나는 요식업에 관심을 잃었다.
그 후로는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싶은 마음은 큰데 그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3번의 사업에 도전하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적잖이 실망했다.
목표를 세우고나면 끈덕지게 물고 늘어져 그것을 달성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사업은 대략 1년간 도전해보고 놀라울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금새 흥미를 잃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어떤게 있을까?
삶의 의미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며 삶의 목적은 그것을 나눠주는 것이다 - 파블로 피카소 -
결국엔 스스로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꾸준히 할 수 있다는게 나의 결론이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즈음 알게 된게 '이키가이' 였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세상에 필요한 일, 돈 되는 일의 교집합을 찾는 것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잘하는 일이면서,
세상에 필요하고,
돈까지 되는 일이라면
이렇게 이상적인 일이 어디 있을까?
만약에 있다면 반드시 찾아서 이 일을 하고 싶다!
나는 다시 '제로'부터
아주 빳빳한 흰 종이를 꺼내들고 각각의 칸을 채워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정의하는 좋아하는 일이란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 하는 일이다.
여가시간에 구태여 시간을 내어 하는 일이 뭐가 있을까?
내가 정의하는 잘하는 일이란
남들보다 쉽게 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어려워하는데 나에게는 쉬운 일이 뭐가 있을까?
세상에 필요한 일이란 문제를 겪고 있는 누군가가 있고
그에게 그것을 해결해줄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인데, 잘하고, 세상에서 원하는데
돈이 안될 수가 있을까?
이 고민은 이제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혹여나 돈이 별로 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일이니 계속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의 방향에 대해 새롭게 정립하고 난 후 느낀 생각은
"내가 조금 더 일찍 이런 고민을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었다.
10대, 또는 20대 때 이런 고민을 했다면 지금의 내 인생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별안간 지금 이 고민을 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제부터의 삶은 새로운 2막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행복하게 일 할 수 있다" 가 이 오랜 고민의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