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내 MBTI는 ESTJ 로 추상적인 생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삶과 죽음 같은 이야기이다.
살면서 '왜 사는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해본적도 없고
'죽음이란?' 이나 사후세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저 태어났으니 살고,
때가 되면 죽겠지,
'삶'에 대해서 생각한 건 오로지 한가지 뿐이었다.
'한 번 뿐인 인생, 후회없이 살자!'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
- 프란츠 카프카
그런 내가 어느 날은 죽음에 대해서 한 번쯤 짚고 넘어가고 싶어졌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반드시 미래에 언젠가는 맞이할 순간일텐데,
내 인생의 마지막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돌아가신 양가 할머니가 떠올랐고,
현재까지 살아계시는 남편네 할아버님이 떠올랐다.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 순간에는 내 차례가 올 것이라 짐작했다.
나는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고 싶을까?
돌아가신 할머니 두 분을 생각했다.
우리 친할머니는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계단에서 떨어진 후에 치매가 찾아와서 밥상을 몇차례 엎으며 온가족을 힘들게 하다가
결국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다.
어느 날 할머니를 뵈러 요양병원에 방문했는데,
빼빼 마른 채 우리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는 얼마 뒤 그렇게 생을 마감하셨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외할머니도 세상을 떠나셨다.
외할머니 역시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어느 날부터 밥을 먹지 않으시더니 일주일정도 지났나..?
가족들이 모두 모이고 엄마가 도착해서 할머니 손을 잡았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할머니는 눈을 감으셨다.
두 분의 사례를 떠올리며,
나도 외할머니처럼 건강하게 살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살아왔던 간에,
살아생전에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고, 남은 재산이 얼마인지 상관없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 가장 바라는 것은 단 두가지 뿐일 것이다.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게 삶을 마감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인사하는 것,
'어떻게 살 것인가?'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할 즈음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냥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과
'죽음'을 염두해두고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마음가짐이 다르다.
전자의 경우 내 성장과 성과에 초점을 두게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 내 건강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두게 된다.
죽음이 있기에 인생은 유한하다.
유한하기 때문에 삶이 더욱 소중하다.
소중한 삶을 더 유익하게 살아가기를,
그러나 살아가는 맛에 취해 건강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등한시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언제 이 생을 떠나더라도 후회없도록 가장 소중한 것들을 먼저 챙기기를..
그제서야 비로소 온전히 후회없는 삶을 계획할 수 있었다.
'한 번 뿐인 인생, 후회없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