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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Feb 20. 2018

난민은 행복의 가능성일까 불행의 씨앗일까

21. 행복 난민: 덴마크의 동질성(homogeneity)과 배타적 행복

"누군가는 로마에서 팔찌, 장미, 셀카봉 강매를 유도하는 사람들이 주로 소매치기범과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테르미니 역에서 바티칸으로 향하는 만원 지하철에서, 이탈리아 노부부는 가방 안에서 아주 점잖이 지갑을 빼내어 갔다. 돈과, 사진에 담긴 추억과 함께."



    청명한 하늘과 잘 어울리는 시간 오전 10시. 피렌체 두오모 성당 옆 종탑에서 울려 퍼지는 신성하고 청아한 종소리를 눈을 지그시 감으며 들으려던 찰나, 나는 눈을 감지 못하고 귀를 막게 되었다. 고막에 마치 고함을 지르듯 하늘을 찌르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와 성당의 종소리가 만날 때 느꼈던 감정은 오묘했다.


    신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 전환을 이끈 르네상스의 발원지 피렌체. 이곳은 가장 인간 중심적인 감정, '사랑'의 중심이기도 하다.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연모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써 내려간 사랑의 말들은 아르노 강, 베키오 다리, 우피치 미술관, 두오모 성당 등으로 퍼져나갔다. 이러한 사랑은 본디 유랑과 그 뜻이 같아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일본까지 닿아,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로맨스 영화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필자는 본래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 로맨틱의 요체 피렌체에서 이민자와 행복의 관계를 생각해보았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아시아에 속한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호객 행위와 소매치기(pickpocket)의 주요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때의 행위 주체는 대부분 주요 관광지에서 꽃송이를 팔려는 사람, 팔찌를 채워 강매를 유도하는 사람, 셀카봉을 들이미는 사람들의 모습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을 '무시'와 '짜증'의 반응으로 시작하다가도 '그들도 원해서 하는 일은 아닐 텐데'라는 생각에 닿을 때면, 내 생각은 머릿속에서 길을 잃은 난민이 되고는 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본인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난민 수용을 조건부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편 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수와 진보 프레임으로 내 생각을 구획하려 들겠지만, 생각의 모양은 물과 같아 누가 보느냐에 따라 그 생김새가 결정된다. 하지만 '생존'은 생각과는 그 '각'이 전혀 다르다. '인류애'라는 당위 만으로 우리가 당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순진한(naive) 생각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인데, 난민 수용 문제를 올바르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난민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덴마크에 있을 때, 같은 교환학생 그룹 친구였던 스티비는 우간다 출신의 프랑스인이었다. 우리는 오리엔테이션 마지막 날에 맥주를 엄청나게 마시며 남북문제와 난민 이슈를 얘기했는데, 스티비의 한 마디가 모든 술기운을 날려버렸다.


" 나는 프랑스나 영국 같은 국가들이 아프리카의 난민들을 당연히 받아야 하고 지원해줘야 된다고 생각해." 이유를 듣기 전에, 여러분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가. 난민들이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생명에 위협을 받기 때문에 부자 국가들이 도와야 된다는 '인류애'가 이유였다면 이 글을 쓰지도 않았다. 너무 뻔하지 않은가. 설득력이 전혀 없다. 당위는 이해하지만 행동을 강제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스티비의 대답은 달랐다.


" 왜 아프리카 사람들이 이렇게 가난하다고 생각해? 종교로 인한 전쟁과 정치 부패가 이유라고 생각해? 그럼 이건 왜 발생하고 있는 건데? 사람들은 본질을 놓치고 있어. 제국주의 시절 프랑스와 영국이 임의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선을 그어 국가를 분리하고 인간과 자원을 약탈했지.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선진국이라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우리에게 그들은 목숨 걸고 가는 기회의 땅이 되었지. 무슨 기회냐고? 그냥 인간답게 '생존'할 수 있는 기회 말이야."


    그렇다면 본인은 왜 반대 입장에 '조건'을 단 것일까. 유보적인 태도가 중립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도 빚지고 있는 국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6.25 참전 국가다. 예를 들면, 여러 국가의 난민이 있다면, 에티오피아 출신의 사람을 먼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생존이 걸린 사람들을 조건 따지면서 도와주냐며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산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선택을 하고, 경쟁을 하며 차이가 발생하고 불평등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에 사연 얹으면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이 없다. 그래서 어떤 이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정할 때는 머리는 차갑게 그리고 가슴은 뜨겁게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민자와 난민을 받아들여 한국의 '다양성'을 증대시키고 나아가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식의 허울뿐인 말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행복한 덴마크의 비밀, "높은 동질성(homogeneity)"

     남부 유럽부터 북유럽까지 여행도 하고 살아보면 확실히 위로 올라갈수록 인종의 채도가 점점 높아짐을 느낀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선 무어족(이슬람계로서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에 살았던)의 영향을 받은 건물들과 함께 다양한 양식이 존재했다면, 덴마크는 상대적으로 단순해 보이는 건물들이 즐비했다. 덴마크는 독일 위에 위치한, 3면 또는 4면이 바다로 이뤄진 국가다. 지리적으로 타인종의 유입이 쉽지 않다. 덴마크 인구는 약 550만 명 정도다. 이러한 특징은 덴마크인들의 강한 'Tribal character'의 한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The conclusion is that on the one hand modern Danes present themselves with very homogenous genetic profiles witnessing to their character as a unique “people” or even “tribe”. Though Danes are not always as closely related as one should expect, their genetic homogeneity witnesses to a long-term immersion in each other’s lives. The genetic profile is expressed universally as homogenously blended.

*출처 : 참고사이트 2

    Tribal character에는 우리나라처럼 학연, 지연, 혈연도 있겠지만 상호 간의 매우 강한 '신뢰' 문화도 속한다. 덴마크와 관련된 책이나 글을 읽으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있다. 유모차를 가게 밖에다가 놓고 부모들은 가게 안에서 자기 시간을 편하게 보내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본인이 덴마크에서 생활할 때는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였기에 그런 장면을 보기 힘들었지만 덴마크 친구들이 자신의 문화를 소개해줄 때, 종종 언급하며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듯하다.


    유전자적으로 상당히 동질적인 덴마크인들의 특징이 '신뢰 사회'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개연성은 높아 보인다. 실제로 덴마크의 이민 정책은 유럽 국가 내에서도 가장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독일의 경우, 2016년 기준 Migrant back ground & Foreign nationality에 속하는 약 천만 명의 인구 중 15%인 150만 명이 터키, 6.4%인 64만 명이 시리아 출신일 정도로  이민자 유입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연임에 성공했지만, 지지기반이 계속 약해지고 있고, 우익 정당의 인기가 시들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높은 동질성'이 행복한 국가를 위한 필수 조건처럼 보이기도 한다.


난민과 우파 정당의 확산: Are refugees a possibility of happiness or seed of unhappiness?

    과연 그럴까? 높은 동질성이 행복한 국가의 필수 조건이라면 한국은 최상위권에 속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민족'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국가에도 '한국식 난민'이 존재한다. 외형은 비슷해 보이지만 내용은 한국인과 전혀 다른, '조선족'. 내게 그들은 저임금 노동자고, 장기를 팔아먹을 사람일지도 모르고, 한국어보다는 중국어가 익숙하며, 서울 대림 일대를 무법지대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나는 너무나 편견에 사로잡힌 걸까?


    경찰청 범죄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국적별 외국인 범죄 발생 건수 비율은 중국이 전체의 61.3%, 10만 명당 국적별 외국인 범죄 발생 건수는 2,220명으로 러시아, 몽골, 우즈벡, 태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 이은 7위를 기록했다. 종합하면, 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르는 외국인의 국적은 중국(조선족을 포함한)이지만, 평균값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평균값은 중요하지 않다. 범죄 소식을 접하는 빈도에 따라 편견, 어쩌면 합리적 의심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다시 덴마크로 돌아와 보자. 지난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사민주의'의 모범국가로 덴마크를 언급

했었다. 그래서 사실 덴마크 정부가 좌파 정권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2015년 6월 18일 덴마크 의회 선거 결과에 따르면 우파진영(덴마크 인민당 등)이 52.26%의 득표율로 90석을 확보했고, 보수 연립 정부가 들어섰다. 2018년부터 덴마크 어학원은  외국인들의 현지 정착을 위해 무료로 덴마크어 교육을 실시했었지만, 대규모(8936억 원 상당) 예산 삭감을 통해 유료로 전환했다. 실업 급여와 무상 교육 복지 혜택도, 자격 요건 강화를 통해 수혜 문턱을 높이는 법안도 통과되었다.


    이런 흐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가? 감히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 덴마크인들은 소득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존에 자신들이 누려왔던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지키고 싶을 뿐일 것이다. 당연한 인간의 욕망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정체성과 이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우익 정당에 더 많은 표를 행사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난민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이슬람 난민에 대한 반감은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의 절대 지지세력인 20대 여성에게서 이슬람 난민 혐오감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종교를 빙자한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확실한 위험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슬람 포비아(Phobia)는 본능적 방어기제일 뿐이다. 이방인은 행복의 가능성일 수도 불행의 씨앗일 수도 있다. 다만, 이를 악용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원리주의 맹신도들이 문제다. 동시에 ‘인권’과 ‘정의’를 위시하고 자신들만 옳다고 생각하는 자칭 진보 세력들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 유럽의 보수를 ‘극우’세력으로 매도하는 그들이야말로 사고회로가 정지된 정신적 난민이다.



    이민자, 아니 사람은 행복의 가능성일까 불행의 씨앗일까. 사실 바보 같은 질문이다. 흑백논리의 답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흰색과 검은색을 '색'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 둘은 색이 아니다. '명'과 '암'이다. 즉 밝고 어두운 것이다. 그래서 흑백논리는 무채색의 논리다. 자신만의 색깔 있는 논리가 없기 때문에 극단에 의지한다. 강해 보이지만 공허하다. 그래서 극단의 주장은 공염불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의견은 구체적이고 한정적이어야 한다. 난민 문제를 유입될 사람과 이미 유입된 사람으로 나눠보자. 현지인들에게 중요한 이슈는 후자다. 자신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난민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선택'은 할 수 있다. 난민들이 낯선 환경에서 접하는 것이 다수의 현지인들에게 받는 멸시와 모욕과 배척이라면, 결코 그 사회가 행복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은 행복의 가능성일까 불행의 씨앗일까. 무엇을 믿을지, 그건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다.



참고사이트


1. https://multiculturaldenmark.wordpress.com/2014/10/29/denmark-from-an-ethnically-homogeneous-welfare-state-to-a-multicultural-nation-of-immigrants-immigration-policy-as-a-challenge-to-european-integration/

2. http://www.medievalhistories.com/the-danes-homogeneity-in-dna-witness-to-their-tribal-character/

3.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9/13/0200000000AKR20170913168200797.HTML

4. https://www.youtube.com/watch?v=h1RXGltx4SI

5. http://nakeddenmark.com/archives/9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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