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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Mar 18. 2020

[밑줄독서] 유현준 - 어디서 살 것인가

22.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 Bridge to Breathe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건축은 땅과 기후와 만든 사람에 의해서 다른 맛이 나는 포도주 같아야 하는데
소주 같은 대량 생산된 건축만 한국 주거 문화가 되었다.

독립을 꿈꾼다. 물론 그 꿈은 수많은 허위 매물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가격 덕분에 꿈에 그친다. 두 발로 딛고 설 수 있는 땅 한 평 갖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각종 지원 제도가 있다지만 그 자격 조건들은 급소를 일부러 피해 맞추는 저격수처럼 빗겨나갔다.


어디서 살 것인가. 반지하에 살기에는 기생충이 될 것 같았고 옥탑방에 살만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조용히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조용한 카페, 가끔은 가수로 빙의할 수 있는 코인 노래방, 언제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강과 바람이 있는 곳이며, 무턱대고 걸을 수 있는 공원만 있으면 되는데...


빛을 보기 위해 빚을 내는 사람들. 비슷하게 생긴 아파트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생각들을 하며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 나라고 다를까? 특목고에서부터 대기업까지 가장 보통의 사람이 보통의 인생을 살 수 있는 일방 통로를 걸어왔을 뿐이다.


공간은 생각을 지배한다. SNS라는 가상공간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말처럼, "SNS는 기존의 체제를 파괴하는 데는 효율적이지만 사회적 건설,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가는 데는 비효율적이다" 실제로 무엇인가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상에 집착한다. 이미지의 노예가 되며 현실을 왜곡한다. 필터로 가득한 이미지를 진정으로 필터링하는 순간 드러나는 민낯과 실체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현실을 부정하고 더욱더 가상의 세계에 집착하는 것일 뿐.


원룸에 살면서도 외제차를 타고, 편의점 도시락을 먹더라도 해외여행을 꼭 다녀와야 하는 신인류의 탄생은 공간 개념의 변화를 떼어놓고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나 하루에 24시간을 산다. 결국 우리 삶의 차이는 그 시간을 어떤 공간에서 보냈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공간이란 무엇인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어떤 공간을 만들며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인간은 지난 수십 년간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해 주었던 종교의 권위도 없앴다. 인간은 점점 동물과 동등해져가고 있다. 그래서 인간들은 동물이 된 자신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동물의 존엄성을 높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름답지 않다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많은 사람의 건축적 이해와 가치관의 수준이 반영된 것이다.
감시를 받으면 권력을 빼앗기지만 내가 보여 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면 오히려 권력을 갖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셀카를 찍어서 SNS에 열심히 올리는 사람은 십시일반 자신의 권력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대륙이 가로로 길면 동서 방향으로 위도가 같아서 기후대가 동일하다. 자연스럽게 이쪽 지역에서 성공했던 종자가 이웃으로 전파되기 쉬운 것이다.
건축은 땅과 기후와 만든 사람에 의해서 다른 맛이 나는 포도주 같아야 하는데 소주 같은 대량 생산된 건축만 한국 주거 문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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