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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Jun 15. 2020

[밑줄독서] 알랭 드 보통 - 우리는 사랑일까

23. 해와 달처럼 만날 수 없는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감정을 먼저 이끌어낸 사람이
그 감정에 걸맞게 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이상했다.
그녀의 사랑은 그 남자와 함께 자리 잡았지만
그게 남자에 대한 사랑이었을까?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읽기 시작한 책과 사랑의 결말은 이별이었다. 새로운 사랑은 모두 이별에서 시작된다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지 않은가. 사랑과 사람을 동일시하는 것이 사랑의 미덕이라면, 사랑과 사람을 분리하는 것이 이별의 미덕일 것이다. 


사랑만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알랭 드 보통이 정의한 사랑은 아래와 같다.

사랑이란 일부분은 빚을 지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빚지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견디고, 상대를 믿고 언제 어떻게 빚을 갚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는 일이다.

나의 사랑을 되돌아본다. 감정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빚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감정과 물질의 표현을 미치도록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래도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뭐라도 더 주는 게 마음이 편했다. 왜 그랬을까? 작가는 책에서 필자와 같은 유형의 남자의 마음을 정확히 짚었다. '감사하는 위치에 서면 자율성을 잃고 간섭받게 되는 것을 싫어해서이기도 했다'


사랑을 사랑한 것일까?

사랑을 사랑한다 - 이 동어 반복적인 묘한 감정은 무엇인가? 감정을 자아내는 애정의 대상보다는 감정적인 열정에서 더 많은 쾌감을 도출하는 것을 뜻한다.

사랑은 상대방을 가장 깊게 이해하려는 행위임과 동시에 나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연인이 인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서로에게 서로가 맞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그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것에서 그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랑을 할수록 사람을 모르겠다. 한 사람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과거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이해받고픈 욕구가 사람을 과연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덮어버린다
남들이 싫어할 만한 점을 어느 정도 자각하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비판함으로써 외부의 공격을 대부분 피할 줄 안다.
한 남자가 어떻게 그녀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그렇게 냉담할 수 있을까?
그 남자는 그녀의 말을 막지 않았지만, 자기 이야기를 함으로써 그녀에게 말해봤자 쇠귀에 경 읽기가 되리라는 것을 암시했다.
냉소적인 사람은 너무 많이 바라고 너무 오래 기다린 사람을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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