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D ONE Mar 11. 2020

[밑줄독서] 츠치 히토나리 - 사랑 후에 오는 것들

21. 왜 사랑은 이토록 할 말이 많은가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알라딘에서 3000원 주고 산 이 책의 시작, 독서라는 불시착. 이 새로운 밀착에서 어떤 생각들이 내 안에서 착상할 것인가. 가판대 위에서 최후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던 이 책의 생명력은 읽힘으로써 자라나는 것이겠지. 사랑도 이와 같겠지. 주머니 사정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게 자연스러운 사랑이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책의 가격과 가치가 비례하지 않듯, 가격을 뛰어넘는 품격 있는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게 사랑이라고 믿고 싶은 거겠지.


사랑의 생명력은 언제부터 시작되고 어느 곳에서 소멸하는 것일까. 영원한 사랑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왜 항상 사랑은 이토록 할 말들이 많은가. 사랑이 시작되는 그 순간에는 왜 그토록 바보가 되는가. 왜 항상 사랑이 끝난 후에야 사랑이 다시 시작되는 것일까.


한일 우호를 위해 작가 츠치 히토나리와 공지영의 합작을 통해 나온 이 작품은 대륙적으로 활기차고 반도적으로 섬세하며, 섬처럼 품은 게 많았던 문장들의 연속이었다.


열린 결말,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 삶의 모습. 결론이 항상 열린 채로 삶 흘러갈 수는 없겠지. 밀물이 들어올 땐, 그 분위기에 휩쓸리다가도 썰물에 드러나는 갈라진 육지의 모습에 현실을 깨닫게 되지. 그렇게 우린 소설을 쓰다가도 현실이라는 수필로 돌아오는 거겠지. 계속 쓰다 보면 반드시 무언가를 찾아내겠지.



나는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거야.
말을 직업으로 하고 있으면서 말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니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후회를 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은 그 순간부터 얼마나 괴롭고 덧없는 존재인가
원고지의 한 칸 한 칸을 채워가며 그곳에서 내 존재 이유를 찾았다. 글을 씀으로써 치유되고 구원받던 날들...
이건 소설이니 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자신에게 타일렀다.
고독을 메우기 위해 언제나 달렸다.
이 작품은 대륙적으로 힘찼고 때로는 반도적으로 섬세했다.(역자 후기)


매거진의 이전글 [밑줄독서] 조던 피터슨 - 인생의 12가지 법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