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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Sep 23. 2021

문경새재는 얼마나 굽어야 나를 굽어살펴 줄 것이냐

문경, 기쁨을 전하는 새가 날아드는 백두대간의 관문(1)

문경새재는 얼마나 굽어야
나를 굽어살펴 줄 것이냐

문경, 이곳은 오래전에  '문희(門喜)'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기쁜 소식을 전하는 문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는 영남 지방의 유림들이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치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새재'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두 수험생들이 서울대를 갈 수 없듯이 기쁜 소식을 전하는 문이었다는 이곳에서는 역사에 전해지지 않은 낙방의 경험들이 겹겹이 겹쳐 문경새재 굽이굽이 박혀 있다. 작가 김훈은, 문경새재에 서려있는 옛 조상들의 고갯길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문경새재는 소통되지 않는 현실과 자아 사이의 상처의 표정으로 산맥 속에 걸려 있다. 지금 문경새재는 적막하고, 인간과 무관해 보이는 봄이 그 무인지경의 산속에서 피어나고 있다. 새재는 아직도 곳곳에서 인간을 포위하고 있을 것이었다. [자전거 여행, 354p]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로 갔던 영남의 유림들은 대부분 금의환향하지 못했다. 제3관문인 조령문에 닿을 때까지, 문경새재를 넘는 동안 묵었던 주막, 계곡, 산수들 곳곳에는 낙방한 거듭한 이들이 남겨놓은 시조와 글귀들이 있었다.   


,  얼마나 우리네의 삶과 다르지 아니한가. 좋은 학교와 직업을 갖기 위해 서울로 향했고, 그렇게만 되면 좋은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면 되는  알았다.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고, 그게 아까워 계속하다 보면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던 그들의 모습에는 재수를 하고, 재취업을 하며 전세를 전전하고 줄어드는 대출한도에 전전긍긍하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다는 문경의 '새재' 당도했다. 고개 넘는 수고로움을 소원성취탑 앞에 고개 숙임으로써 달래 본다. 험준한 고갯길을 넘으면 현실의 고갯길들도  헤쳐나갈  있을  같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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