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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Jan 16. 2023

여행에도 향기가 있다. 월요일 출근길에도 향기가 있듯

All of sudden, southern california scent

항상 여행을 다닐 때마다
공항에서 새로운 향수를 사요
여행지를 그때의 향으로 기억하거든요

출근을 앞둔 월요일에는 여행을 기억한다. 문득 여행지에서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항상 여행을 다닐 때마다 공항에서 새로운 향수를 사요. 여행지를 그때의 향으로 기억하거든요" 낯선 이야기였다. 언제나 글로 기억하고자 했고 활자를 통한 기록으로 기억을 간직하고자 했던 필자와는 달랐다. "너무 많이 가져가려고 할 필요 없어요. 일부만 가져가고 새로운 여행을 또 기다립니다. 그래서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아요" 여행지에 따라서 향기를 선택하는 것.  


혼자 여행을 많이 하던 시절에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여행의 의미를 한 문장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참으로 많이 물었다. 누군가는 '돈 쓰는 재미를 느끼러 가는 것'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여기서 행복하기의 준말이 여행'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여행의 경험을 계속 쌓으며 여행이란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모든 순간'으로 정의하게 되었다.


여행을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모든 순간'으로 정의하게 되니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감정에는 '좋은' 감정과 '좋지 않은' 감정 모두를 포하는데, 좋은 감정은 찰나의 순간에 사라진다. 반대로 부정적 감정은 참으로 오랫동안 우리 내면에 침전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좋은 순간을 기억하고 싶을 때마다 항상 책과 연필을 그리고 노트북을 들고 다녔다. 좋은 감정을 많이 써야 여행의 순간을 기억하는 데 균형이 맞았다. 


주말 동안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니 반년 전 캘리포니아에서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날씨가 다르다. 사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과연 날씨가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텐데 필자도 직접 겪기 전까지는 몰랐다. 신을 믿지 않는 자신이 연신 "여기는 진짜 천국 같다" 라고 수없이 외쳤다.


구름이 그림 같았다. 흰 물감을 짜고 손으로 흩뿌린 듯 말이다. 샌디에이고의 선셋 클리프에서 본 구름은 우산 속에 숨었다가 제자리를 찾으러 나온 것처럼 보였다. 구름과 태양이 앞뒤로 포옹을 하며 석양을 자아낸다. 그렇다. '자아내다'의 사전적 정의처럼 캘리포니아의 석양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면 생각이나 감정이 저절로 생겨났다.

태양도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잠시나마 구름 뒤에 가려서
빛을 내지 못하는 순간도 있는 게
 마치 우리 인생의 모습과 닮지 않았을까?

문득 의식의 흐름은 요세미티 공원에서 봤던 기이한 광경으로 전환된다. 압도적인 크기의 기암괴석과 나무들 앞에서 기분 좋은 경외감을 느낀 것도 잠시 하늘 끝까지 닿으려는 암벽 등반가의 모습을 망원경으로 바라보며 '인간 삶의 덧없음과 끊임없이 위로 오르려는 의지'가 대자연의 공기와 만나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조슈아 트리에서 봤던 달처럼 생멸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때의 달은 태양처럼 빛났었고 별들은 주황빛으로 은은하게 빛났다. 희미하게 빛났던 것인지 빛을 잃고 있는 것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대자연의 숭고함 앞에서는 말을 잃게 된다.


여행을 기억한다. 여행의 마지막이 다가오면 가보지 못한 곳을 탐하려는 조급함 보다는 그곳을 음미할 수 있는 카페를 찾는 습관이 생겼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시간이 지나면서 쌓여가는 '각자의 고유한 여행 기억법'을 찾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기억하는 방법이 중요한 이유는 오늘이라는 일상을 버티기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 여행을 준비하는 노력에 비례하여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커지듯 여행을 마무리하는 데에도 노력한다면, 그때의 순간과 감정들은 우리 일상에 조금 더 같이 할 수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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