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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Jan 21. 2023

현대인의 중독 - 불안이라는 안정감과 카페인 우울증

[밑줄긋기] 알랭 드 보통 - 불안 / 불안과 함께하는 행복을 찾아서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알랭 드 보통 - 불안>

불안은 팽배하다. 너무나 팽배하여 불안을 느끼는 일상에 오히려 안정감을 느낀다. 아무런 방해 없이 어떤 하루가 잘 흘러가고 있으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이렇게 일이 잘 풀리는 것일까?' 생각한다 - 고 느끼는 당신, 당신은 지금 불안감을 느낌으로써 일상의 안정을 느끼고 있는 역설에 빠진 것이다!


흔히 불안 장애는 현실 또는 (현실이라고) 지각하는 위협을 과도하게 받아들여 이를 회피하려는 행동 상태를 말한다. 생존하기 위해 우리 DNA에 이식된 '위협을 알아차리는 본능'이 이제는 너무나 과도하게 작용하여 오히려 생존을 위한 행동이 생존에 위협을 가할 수준이 되어버린 우리의 모습은 말 그대로 모순이다.


하지만 그 모순은 현대 사회의 불안에겐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동전의 양면처럼 앞뒤가 꼭 맞는 말이 되었다.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 같은 정신력과 어떤 방패로도 막을 수 없는 창이 동시에 존재하여야만 하는 경쟁 속에서 현대인들은 '불안'을 연료로 삶의 '안정감'을 찾는다.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의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 - 불안>

현대인의 불안은 현대인의 각성제(라고 쓰고 마취제로 읽는) '카페인'과 만나 극대화된다. 얼마 전 카페인 우울증이라는 용어를 봤다. 처음엔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셔서 불면증에 시달려서 생기는 신종 직장인 질병인 줄 알았더니, 실제로는 카오톡 이스북 스타그램을 통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의 우울증이라고 한다. 잦은 미디어 노출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커피 한잔 하면서 인스타 페북 틱톡 정도는 새로고침 해줘야 손가락이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습관에서 비롯된 습관적인 불안. 좋은 치유책은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스마트폰 세상에서 벗어나 거대한 세계의 공간을 여행하는 것이리라.



거대한 세계의 공간을 만나는 법. 결코 거창한 게 아니다. 좋은 책을 통해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가끔은 세상을 관조하듯이 바라보는 건 어떨까. 즐거워야할 설연휴에 취업 준비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한 분들에게 와닿는 문장이 있기를 바라며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을 읽으며 만났던 문장들을 공유해본다.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사회에서 밀려나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완전히 무시를 당하는 것보다 더 잔인한 벌은 없을 것이다.

내 존재가 흔들린다면 사회의 태도가 우리의 의미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면서 애정은 성취와 관련을 맺기 시작한다.

자신의 자리에 확신을 가지는 사람은 남들을 경시하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지 않는다. 괴로운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만이 남에게 당신은 나를 상대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기를 쓴다.

질투심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커다란 불균형이 아니라 오히려 근접 상태다.
우리가 모두를 질투하지 않듯이,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우리는 조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 대가는 우리가 현재의 모습과 달라질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달라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끊임없는 불안이다.

훌륭하고, 똑똑하고, 유능한데도 왜 여전히 가난한가 하는 문제는 새로운 능력주의 시대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이 답을 해야 하는 더 모질고 괴로운 문제가 되었다.

우리가 실패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성공을 해야만 세상이 우리에게 호의를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는 외로움이냐 천박함이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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