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즈 다이어리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마워, 근데 난 명절이 우울해~"
"...... 왜요?"
"어려서 부모님 여의고 명절엔 늘 혼자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슬퍼했던 기억만 있으니까 그런가 봐!"
"그랬구나! 많이 외로웠겠다."
입 밖으로 낼 마땅한 위로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공감은 이미 마음속에 가득 차 있었다.
나 역시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명절 당일, 아들을 친할아버지댁에 보내놓고 나면 덩그러니 혼자 남겨져 쓸쓸한 명절을 보냈던 경험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님 곁에 자라면서는 먹을 음식 많고 친척들 모여 즐거운 명절이 마냥 즐겁기만 했다. 엄마와 큰 엄마들이 얼마나 힘들지 아빠와 큰아빠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떤지에 관해선 생각해 본 적도 없이 그저 맛난 음식과 세뱃돈을 받아 들고 신이 났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리운 추억에 미소를 지었다.
홀로 내 부모님의 차례를 준비하며 시장을 보면서도 잔뜩 적어두었던 장보기 목록의 재료들이 조금씩 건너뛰어지며 기본적인 것 외엔 '다음 제사 때 사서 올리지 뭐!' 하며 스스로를 달래고 장바구니를 닫는다.
또 조카들과 아들의 세뱃돈을 준비하며 아빠가 생전에 손주와 며느리에게 쥐여주셨던 그 따뜻한 마음까지 이젠 내가 이어받기로 했다. 조금 팍팍한 생활비를 쪼개어 봉투를 채우지만, 마음만은 넉넉해지는 기분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도리'이자 나만의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건네는 이 작은 메모들이 올 한 해를 버티게 할 힘이 되어줄 거라 믿으며 주문처럼 적어 곱게 말아 놓았다.
음식을 준비하고 앉아서 세뱃돈과 함께 전할 덕담을 적고 애들이 뽑을 번호를 만들었다. 나름 재밌자고 이벤트로 준비해 보는 것인데, 별로 재밌다고는 안 한다.ㅋㅋㅋ
그러고 나서는 매년 올 해의 띠를 그려본다. 붉은 말띠의 해! 난 장난스럽게 이를 드러내고 푸르르~거리며 도약하는 귀여운 아가씨말을 그렸다. 그리고 지인들께 새해 인사와 함께 말 그림을 보낸다. 나의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진심을 담아서....
혼자 보내는 명절이 슬펐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어른들이 이끌던 명절에서 내가 주도하고 내가 만드는 명절을 내 재미 내 방법대로 보내면 되는 거지! 슬플게 뭐가 있나? 싶었다. 그것도 안 하는 진짜 혼자인 명절엔 나 같은 친구들 몇 꼬셔서 오랜만에 진하게 화장하고 젊은이들 모여 노는 시내로 나가 20대처럼 놀아보아도 좋고, 그간 바쁘게 사느라 놓친 잠이나 OTT영화들을 남들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시간 나 홀로 신나게 보고 자며 쉬는 긴 휴일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생각한다.
"선생님은 명절에 뭐해요?"
"저요? 뭐 부모님 차례만 후딱 지내고 친구랑 춤이나 추러 가려고요."
"와! 자유부인! 짱 부럽다."
"하하하... "
이제 한 오십쯤 되어봐라! 가정이 있건 혼자이건 명절에 우울할 틈은 없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거나 슬퍼하지 마! 그 기분 아주 잠깐이야!"(그리고 내가 곁에 있다.) 그러니 올 명절 우울하지 말고 신년 계획 세워놓고 신나게 나를 충전해 보자!
전국 모든 어른들 명절 증후군 없이 행복하게 즐겁게 새해맞이하시고 올 한 해도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명절증후군 #자유부인 #오십대 #나 홀로 명절 #긍정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