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내가 중학교 때 단독주택 1층에 살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이전까지는 방 한 칸에 네 식구가 살다가 처음으로 안방과 작은 방이 나뉘어 있어서 내 방이 생겼다고 신나 했던 집이었다. 작은 방은 2층 주인집의 연탄을 쌓아두는 광이라고 하는 창고 옆에 붙어 있었고, 창문은 작은 마당의 대문으로 나 있었는데, 반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가려져 있었다. 방이 안방과 연결된 게 아니라 광에서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나뉜 걸 보면, 각각 세를 따로 주었던 방이었던 것 같았다.
뭐 방의 위치가 어떻게 생겼던 내겐 처음으로 혼자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게 중요한 사실이었고, 기쁨이었다. 하지만, 이 집이 혼자 잠을 자면서 처음으로 가위에 눌려 보기도 한 곳이다. 이사 후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고, 정확한 시점이 기억나는 건 아닌데, 대략 엄마가 지하철에서 쓰러지셨다는 얘길 들었던 그때쯤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세상에, 네 엄마랑 너희 옷 산다고 동대문에 나갔다가 돌아오는데 갑자기 픽 쓰러져서 아주, 내가 그 자리에서 송장 치르는 줄 알았다.”
같은 학교 친구의 엄마이기도 한 주인아주머니는 무슨 무용담을 얘기하듯 신나게 엄마가 지하철에서 쓰러진 얘기를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아빠가 퇴근해서 오셨을 때, 윗집 애들한테 놀러 올라갔을 때, 집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놀러 왔을 때 등등 열댓 번은 더 들었던 것 같다.
초반에 내 방 창에 대해 얘길 했었는데, 내 책상은 그 창에 바짝 붙여져 있었고, 나는 그 창을 바라보고 앉아 공부했다. 사실 공부보다는 라디오-별이 빛나는 밤에-를 틀어놓고 일기도 쓰고 친구들에게 편지도 쓰곤 했다.
그날도 감수성이 터져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고 있었는데, 창밖으로 사람 형상이 흐릿하게 보였다. 나는 윗집 아저씨가 늦게 오셨나 싶어 그런가 보다 하고 다시 라디오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창문 앞에 흐릿한 형상이 창문 가까이 쓱 다가오는 느낌이 들더니 표정이 보일 정도로 불투명한 창에 얼굴을 들이댔다.
“누구세요?”
대문 안, 마당으로 난 창에 누군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데, “누구세요?”라니··· 지금은 그 모습을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무튼, 당장 엄마를 불러야 할 만큼 무서운 상황에 나는 겁대가리가 없이 창문의 잠금 고리를 올려 창문을 열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잔뚝 술에 취한 아빠가 방문을 불쑥 열었다.
“JINI야! 아빠 왔다. 우리 딸, 공부해?”
“아빠! 노크! 내 방 열 때는 꼭 노크하라고 했잖아!”
“아! 미안, 미안, 그럼 다시.”
아빠는 그러더니 문을 닫고 노크를 하셨다. 그러더니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시 문을 여셨다.
“이제 됐지?”
나는 짜증을 내며 아빠를 쫓아내고는 창문을 다시 보았다. 우리 아빠가 이렇게 날쌘돌이였나!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그땐 그 일은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그게 꿈이 아니었다는 건 분명하게 기억한다.
아무튼, 나의 첫 가위눌림이 있던 그날 밤... 나는 계속 책상에 앉아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창문 밖에 또 아까 그 형상이 비췄다. 이중창이 아닌 단일 창에 안이 보이지 않게 불투명하고 울퉁불퉁한 재질의 유리로 된 창에 비치는 검은 형체는 조금 섬찟한 느낌이 들었지만, 분명 아빠가 또 장난을 치는 거라 생각되었다.
“아빠! 장난하지 마!”
순간 창문이 열리지 않았는데, 그 형상이 유리로 머리를 집어넣듯 창안으로 얼굴을 쑥 들이밀었다. 나는 너무 놀라 몸을 뒤로 젖히고 그 형상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옷을 아래위로 걸친 커다란 남자의 상체가 내 방 안으로 몸을 쑥 들이밀고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너무 놀라 몸이 그대로 뻣뻣하게 굳었다. 남자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 한참 보다 말고 내 방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여긴 없네?”
표정 하나 없이 상체만 창 안으로 쑥 들이밀고 방을 보는 남자는 생김새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의 느낌은 없었는데, 차가운 얼음 같은 냉기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건 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서 꿈에서 깨려고 발버둥을 쳤다. 잠이 깨자마자 얼른 안방으로 갔다. 창쪽부터 아빠, 동생, 엄마가 잠을 자고 있었다. 나도 엄마 옆으로 가서 누우려는데, 길가 쪽으로 난 안방 창이 막 흔들리더니, 그 남자가 몸을 들이밀었다. 그러곤 안방을 들여다보고 훑더니, 엄마의 위에서 엄마를 내려다보며 텅 빈 눈으로 말했다.
“여기 있네?”
나는 몸이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았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끙끙거리며 엄마를 깨우려고 애를 썼지만, 입 밖으로 목소리가 한마디도 안 나왔고, 발은 그 자리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너무 무섭고 엄마가 걱정됐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그 남자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싶어 엄마를 깨우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엉엉 소리를 내서 울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계속 나지 않았고, 너무 답답하고 무서워서 울던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자, 나는 그 눈물이 얼굴에 느껴졌고, 눈이 팍 떠지면서 꿈에서 깨어났다. 바로 안방으로 가서 엄마에게 안겼다. 엄마는 이불을 덮어주시며 물었다.
“꿈꿨어?”
나는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도 그 남자는 내 꿈에 자주 나왔다. 창밖에서 아무 말 없이 쳐다보는 게 다였지만, 왠지 너무 소름 끼치고 무서웠다. 엄마는 가위에 눌리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머리맡에 가위를 놓고 자면 좀 나아질 거라고 했고, 아빠는 자는 방향을 바꾸면 된다고 하시기도 했다. 두 방법을 다 써봤지만, 나는 이 꿈을 꽤 여러 달 꾸었고, 윗집에 놀러 가서 잠을 잘 때, 동네 사는 아빠 친구분 딸들이 또래라서 놀러 왔다가 우리 집에서 잠을 자고 갈 때도 이 꿈을 꾸었다.
신기한 건 윗집 친구네서 잘 때는 내 방에 그 친구 엄마가 자고 있는데, 그 남자가 들여다보다 갔고, 그리고 옆집 수진이와 현진이가 -아빠 친구분 딸들- 내 방에서 자고 간 날 꿈에도 그 남자가 내 방 창문 앞에서 기웃거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현진이 위에서 뚫어지게 그 애를 쳐다보고는 중얼거렸다.
“여기도 있네?”
나는 그 남자가 뭘 찾는 걸까? 알 수 없었지만, 추측하기는 현진이가 위암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렴풋하게 암에 대한 어떤 예지몽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왜냐하면, 윗집 아줌마는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으셨고, 우리 엄마는 유방암에 걸리셨다가 골수암으로 돌아가셨고, 현진이도 서른도 안 돼서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으니까 말이다. 물론 내 억측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뒤로 한동안 그 남자꿈은 꾸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왜 20년도 넘은 예전 꿈 얘기를 하며 암을 운운하냐면, 그 할머니 영혼이 사는 집에서 이사 나온 뒤 들어온세입자들에게 일어난 일을 얘기하기 위해서이다.
내가 그 집을 나오고 나서 나는 매일 악몽에 시달렸다. 그 꿈들이 거의 대부분 생각은 잘 안 나지만, 한 가지 꿈은 분명했다.어느 날 밤 나는 그 집 밖에서 그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구름에 싸여 공포 영화에나 나오는 것 같은 빌라 전체의 분위기를 멀리서 바라보는데, 작은 방 창 쪽에 길게 선 검은 물체가 보였다. 나는 저게 뭐지 하고 조금 가까이 가 보았다. 5M도 넘어 보이는 남자가 창 앞에 서 있었다. 거미의 팔다리같이 생긴 몸의 그 남자는 분명 첫 가위가 눌렸을 때 내 방에서 만났던 검은 양복을 입은 창백한 그 남자였다. 그 남자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나자 어느새 나는 그 집 작은방으로 들어가 있었다. 남자는 또 그 창안으로 얼굴을 들이밀고는 그 방안에 잠들어 있는 여자를 바라보고 발했다.
“여기 있네?”
남자는 나와 또 눈이 마주쳤다. 눈동자는 없는 검게 텅 빈 눈이었지만 그가 분명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잠에서 깼는데, 한참을 오싹하고 소름 돋는 느낌에 다시 잠들지 못했다. 다음날 세입자 남편분에게 전화가 왔다.
“월세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 집 어디 넘어가고 그런 거 아니죠?”
“네? 무슨 말씀이세요?”
“이 집 은행에 담보가 있던데, 그거 갚으실 능력이 되시려나 싶어서요.”
순간적으로 기분이 너무 나빴다. 어린 여자가 은행 담보 끼고 집을 가지고 있으니 곧 은행에 넘어가는 거 아닌가? 하는 무시가 깔려있는 것 같았다.
“걱정 마세요! 빚이라고는 몇백 남지도 않았으니까요! 아저씨가 월세만 안 밀리시면 차압 당 할 일 없어요!”
기분이 너무 나빠서 톡 쏘아붙였다.
“그럼, 다행이지만··· 근데, 작은 방문 좀 고쳐주셔야겠어요.”
“문은 왜요?”
“문이 자꾸 잠겨요! 열쇠로도 안 열려요.”
“제가 살 때는 안 그랬는데, 왜요?”
“그 사이 고장 났나 보죠! 집사람이 그 방에 들어갔다가 문 안 열려서 한참 못 나왔어요. 그때 너무 놀라서 몸살 크게 앓고 나더니 지금도 아프다고 누웠어요.”
나는 문득 어제 꿈이 생각나서 혹시 전부터 어디 아프신 데는 없었는지 물었는데, 아저씨는 아주 건강했다고, 그 방에 갇혀서 놀란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저씨는 그 뒤로도 싱크대에서 거품이 역류한다며 싱크대를 고쳐 달라고 전화했고, 보일러가 안 돌아간다고 보일러를 바꿔 달라고 전화를 해댔다. 그리고, 그때마다 꼭 불쾌하게 불안감을 대놓고 드러냈다.
"이 집 문제없죠? 우리 보증금 안 뜯기죠?"
나는 나중에는 아저씨 전화가 오면 나도 모르게 성질부터 냈다.
“왜? 또 뭐가요?”
거의 내가 8개월 전에 다 새로 고치고 들어갔던 것들인데, 뭐가 그렇게 자꾸 고장이 나고 바꿔야 하는지, 일주일에 한 번씩은 그 집을 들락날락한 것 같았다. 어느 순간에는 이렇게 들락거릴 거면 내가 왜 이사를 갔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보일러를 통째로 갈아주려고 들렀을 때, 안방에 누워 있는 안주인 언니의 얼굴이 아주 안 좋아 보였다.
“언니! 계속 몸이 안 좋아요?”
“그러게요. 자꾸 몸이 까부라져요.”
“병원엔 가 봤어요?”
“몸살이 오래간다 싶어서 동네 병원에 갔더니 갑상선이 좀 안 좋은 것 같다고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하더라고요.”
“에고, 어떻게요.”
“근데, 저 작은 방 좀 이상하지않아요?”
“네? 뭐 보셨어요?”
나는 그 아래층에 무당집이 있다는 걸 집 보러 왔을 때 몰라서 얘길 못 해 줬었는데, 알고 있는지 그 방이 그렇다고 얘기해줘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당장 집을 빼 달라고 하면 어쩌나 싶어서 바로 말하지는 못했다.
“그 공업사 옆에 점집 있는 건 보셨어요?”
“어디요? 작은 방 밑에요?”
나는 조심스럽게 둘러 말하려고 했는데, 그 집 안 주인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집 보러 올 때 봤어요. 그런 거 때문에 보증금이랑 월세가 싸겠거니 했죠!”
‘그랬구나!’ 나는 집을 처음 내놔 봐서 보증금을 얼마로 해야 할지, 월세를 얼마나 해야 할지를 몰랐고, 빨리 나가고 싶은 생각에 근처 비슷한 크기의 집보다 훨씬 싸게 부동산에 올려놨었다. 근데, 이 언니의 말을 듣고 그 빌라 4층 반장 아줌마의 ‘감수하고도 들어와 산다.’라는 말을 이해했다.
“근데, 가까이 무당이 있으면 오히려 귀신들이 무당 무서워 안 오지 않나? 저 방에서 자꾸 뭐가 쳐다보는 것 같고, 들어가 있으면 누르는 것 같고, 거실에서 잠깐 잠이 들어도 온몸이 다 쑤셔요. 아무튼, 이 집 공기가 엄청 음산해~”
나는 이 언니는 할머닌 못 보신 모양이다! 싶으면서도, 자꾸 아프다는 언니가 걱정이 되었다. 보일러 설치가 다 되고, 나는 언니에게 말했다.
“병원 빨리 가 보세요. 얼굴이 빛이 너무 안 좋아요. 큰 병 되기 전에 얼른 치료해야 할 텐데···”
나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마음이 안 좋아서 결국 이렇게 말했다.
“혹시 계속 몸 안 좋고, 집에서 뭐 보이고 그러면 이사해 봐요. 내가 집 바로 빼 줄게요.”
나는 말을 하면서도 후회를 했지만, 내 양심이 또 일을 저질렀다. 일주일쯤 지나서 그 집 아저씨의 전화가 여지없이 왔다.
“저기요! 집사람이 집 빼 준다고 그랬다는데, 바로 빼 주세요.”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집사람이 갑상선 암 이래! 다른 데로 전이된 것 같다고 하는데, 이 집 이사 오기 전엔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아프냐고? 젠장!”
“···”
“내가 윗집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이 집 귀신 들린 집이더구먼? 당신도 이혼해서 나갔다며? 이런 집이 정상이야? 재수 없는 집! 당장 빼줘!”
나는 이제 아예 대놓고 반말을 해가며 남의 이혼까지 들먹이는 아저씨의 말투에 열이 확 받았다. 그래서 언니를 볼 때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에 빼 주겠다고 했던 마음이 쏙 들어가서 홧김에 말했다.
“빼서 나가세요.”
남자는 뭐라고 욕지거리를 했는데, 나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복덕방 사장님께 월세 말고 전세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뭐든 종교 있는 건강한 젊은 분들이면 좋겠다고 했다. 보증금은 시세보다 낮게 해 달라고 하면서, 대출금을 갚아버리고 더 이상 세입자한테 신경 쓰지 않게 전세로 해야겠다는 결정을 했다. 그나마 종교가 있고 젊고 건강한 사람을 세입자로 들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이었다.
첫 번째 세입자는 6개월 정도 살고 암 투병을 시작하며 집을 나갔다. 얼굴에 병색이 짙어 보이던 언니는 지금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을까? 그 창밖의 남자가 그 언니의 암을 찾아낸 걸까? 암을 걸리게 한 걸까? 그것도 궁금해졌다. 하지만, 알 길이 없다.
두 번째 세입자는 이제 갓 난 돌도 안 된 아기를 데리고 들어온 젊은 부부였다. 두 사람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고, 둘 다 서른 초반과 이십 대 후반의 건강한 청년들이었다. 이 사람들 역시 작은 방에 아가 방을 꾸몄다. 나중에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잠시 그 집에 들렀는데, 작은 방이 내가 해 둔 구름 모양의 하늘색 벽지가 자동차 벽지로 바뀌었고, 거실의 검은 장미 벽지는 사라지고 분홍색 꽃들이 연하게 보이는 흰색 벽지가 도배되어 있었다. 그리고, 거실에도 작은 방에도 십자가와 예수님의 그림에 성경말씀들을 써 놓은 겔라그라피 같은 것들도 액자로 걸려 있었다.
이 부부는 이 집에서 3개월을 살았는데, 아기가 너무 울어서 작은 방에 가 보면 애기가 그 난간 있는 침대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방바닥에 누워 울고 있고, 어떤 땐 바닥에 엎어져 혼자 바둥거리고 있고, 그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밖에 특이한 일은 겪지 못했던 것 같은데, 신기한 것은 남편의 회사에서 전혀 계획에도 없던 지방 발령을 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사택에 부인까지 같이 가는 조건이었다. 두 부부는 갑자기 생긴 일이라서 집이 나갈 때까지 보증금은 안 주셔도 된다고 했다. 회사에서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서 다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면서 말이다. 나는 정말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2년의 계약 기간이 다 지나고 다시 올 수도 있어서 왔다 갔다 하며 지내야 한다고 또 2년을 연장했고, 그 뒤엔 엄마랑 언닌가가 시골에서 와서 지낸다고 또 2년을 연장해서 살았다. 그런데, 나는 그사이 참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고, 이사도 세 번이나 더 다녔다.
작가의 말
사실 그 집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간에 겪었던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까 다 연결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일들을 믿지 않는 분들께선 “그렇게 갖다가 끼워 맞추면 뭔들?”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무서운 얘기나 신기한 얘기들을 즐겨 본답니다. 어차피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도 아니고, 제 개인적 경험과 의견에 불과한 얘기들이니까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적당한 각색과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서 살짝 조미료도 쳐야 하는 게 무서운 이야기 해주는 언니의 소임이니까요.^^
그럼, 다음 화에는 귀신을 보는 일보다 더 힘든 현실을 살던 내게 일어났던 정말 신기한 일 들 중 ‘문 앞에 놓인 쌀자루’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물론 이 얘기도 집과 연관이 있답니다.^^ 다음 주는 월요일 하루 연재를 쉬고 금요일에 뵙겠습니다.^^